두루미 탐조 투어가 재개되어 아내와 같이 참가했다. 철원에 있는 DMZ두루미평화타운에서 매일 10시와 14시에 버스로 출발한다. 화요일은 쉬는 날이다.
느긋하게 14시 투어를 염두에 두고 토교저수지 주변을 돌아보다가 찾아갔더니 우리가 접수 1번과 2번이었다. 한 회에 32명으로 인원 제한이 있어 혹시 일찍 마감하면 어쩌나 여겼는데 기우였다. 총 19명이 함께 했다.
타운 앞에는 우리나라에 찾아오는 7종의 두루미 모형이 있다. 각 두루미의 특징을 잘 나타냈다. 왼쪽부터 두루미, 재두루미, 흑두루미, 시베리아흰두루미, 캐나다두루미, 검은목두루미, 쇠재두루미다.
지난 여러 차례의 경험으로는 철원에서도 두루미를 보는 게 만만치 않았다. 눈에 보이는 두루미가 많지 않았고, 또 멀리 떨어져 있었다. 그런데 올해는 두루미 풍년이었다. 철원 들판 어디나 두루미가 눈에 띄지 않는 데가 없었다. 하물며 도로 가까이에서도 쉽게 만날 수 있었다. 버스 안에서는 연신 탄성이 터졌다.
두루미는 가족 중심의 생활을 한다. 갈색 목을 하고 있는 두루미가 유조다.
이 두루미 가족은 부부와 새끼 두 마리다.
두루미나 재두루미의 먹이는 낙곡(落穀)이다. 낮에는 먹이 활동만 한다. 워낙 조심성이 있어 인기척이 느껴지면 고개를 꼿꼿이 들고 사위를 경계한다.
재두루미가 무더기로 모여 있는 곳도 여러 군데다. 아마 여기는 곡식을 많이 뿌려놓은 것 같다.
철원에는 두루미 외에 쇠기러기도 많다. 쇠기러기는 얼굴 앞부분의 하얀색이 특징이다. 그래서 영어 이름이 'white-fronted goose'다.
재송평 한가운데 219m 높이의 '아이스크림고지 두루미 생태 탐조대'가 있다. '아이스크림'은 6.25전쟁 당시 남북간에 치열한 전투와 포격이 치열하여 산이 아이스크림처럼 녹아내렸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원래 이름은 삽송봉(揷松峰)이다.
정상에는 사방을 관찰할 수 있는 전망대가 있다. 두루미를 보자면 거리가 멀어서 고배율 쌍안경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사방으로 철원의 넓은 평야가 펼쳐져 있다. 이곳은 민통선 안으로 일반인은 출입할 수 없는 곳이다.
북쪽은 휴전선이 손에 잡힐 듯 가깝다. 오른쪽 흰 건물이 우리의 평화전망대이고, 그 너머는 북한 지역인 낙타고지다.
다행히 이날은 따스하고 바람이 없어서 철원의 산 위에서도 견딜 만했다.
아이스크림고지에서 내려다 보이는 두루미들.
철원근대문화유적센터에도 들렀다. 이곳은 철원 구시가지로 지금은 농산물검사소, 얼음창고, 금융조합, 철원역 터가 남아 있다.
이 농산물검사소는 일제 강점기에 철원 지방의 농산물의 품질을 검사하던 기관 건물이다. 북한이 이 지역을 점령하고 있을 때는 검찰청 건물로 사용했다고 한다. 옛 철원 시내 유적 중에서는 제일 온전한 형태로 남아 있다.
이 도로가 80년 전에는 양쪽으로 건물이 늘어선 철원의 중심로였을 것이다. 도로 끝 왼쪽에 철원역이 있었다.
투어 코스에는 월정리 역사도 있다.
돌아 나오는 길에서는 흰꼬리수리도 봤다.
귀한 두루미를 원 없이 본 알찬 투어였다. 두루미를 비롯한 새들과 철원에 대해 하나라도 더 알려주려 친절하게 설명해 주신 해설자 분과 기사님께 감사드린다. 이런 좋은 투어가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게 아쉽다.
전에는 땅굴 견학을 비롯한 안보 관광이 주였다면 이제는 생태와 문화 관광으로 변신을 해도 좋지 않을까 싶다. 특히 겨울 두루미와 민간인 통제 구역의 풍경은 철원만이 가지고 있는 장점이다. 기사님이 자랑하신 아이스크림고지에서 바라보는 사계절의 멋진 풍경을 우리도 볼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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