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평 8

구리 토평 코스모스(2024)

구리 코스모스 축제가 구리한강시민공원에서 10월 11일부터 13일까지 열린다. 축제 시작 전날 코스모스 꽃밭을 미리 찾아보았다. 축제 기간은 도떼기시장이 되기 때문에 가능하면 피하는 게 상책이다.  "코스모스 한들한들 피어 있는 길 향기로운 가을 길을 걸어갑니다." 코스모스만큼 가을의 정취를 느끼게 하는 꽃이 있으랴. 코스모스 꽃길을 걸으면 아늑한 유소년 시절의 품으로 돌아가 안기게 된다. 연말에 1단계가 개통하는 세종포천고속도로에서 한강을 가로지르는 고덕토평대교가 모습을 드러냈다. 고덕토평대교는 한강의 33번째 다리다. 이 다리 공사로 전에 비해 코스모스 꽃밭이 많이 줄어들었다. 올 겨울에는 이 다리를 이용하면 두루미를 보러 가는 길이 훨씬 수월할 것 같다.

꽃들의향기 2024.10.11

토평 코스모스

30대까지는 제일 좋아하는 꽃이 무엇이냐는 물음에 항상 코스모스라고 대답했다. 어렸던 시절, 고향 마을 앞 신작로는 가을이 되면 코스모스 꽃길이 되었다. 코스모스 꽃으로 동무의 옷에 꽃도장도 찍고, 다리 위에서 날리기도 하고, 이런저런 꽃장난을 치면서 놀았던 기억이 선명하다. 그때를 그립게 하는 꽃으로 나에게는 코스모스만 한 게 없다. 이맘때가 되면 토평 한강변으로 코스모스 구경을 나간다. 인위적으로 조성한 넓은 꽃밭이라 시골길에서 한들거리는 코스모의 정취와는 거리가 있지만, 집에서 가까우면서 이만큼 코스모스의 갈증을 풀어주는 곳도 없다. 코스모스는 멕시코가 고향인데, 우리나라에 들어온 지는 100년 정도밖에 안 되었다고 한다. 짧은 시기에 이젠 우리나라 가을을 대표하는 꽃이 되었다.

꽃들의향기 2013.10.02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외롭지 않은 때가 언제 있었으랴. 그러나 가을이 되면 더욱 외로움을 느끼게 된다. 아침저녁으로 찬 기운이 느껴지면 이 정체모를 괴물은 어디선가 스멀스멀 기어 나와 나를 에워싼다. 가을이 되면 어디엔가 숨어있던 외로움이 아픈 생채기를 만들며 모습을 드러낸다. 그리고 손에 잡히지 않는 는개에 젖어들 듯 마음은 외로움에 빠져 헤어나기 힘들어진다. 가을의 외로움은 특정인에 대한 그리움 때문은 아니다. 가을의 외로움은 인간 존재의 근원적 고독과 연결되어 있다. 그것은 모든 생명을 가진 존재의 숙명이다. 어느 시인의 말처럼 외로우니까 사람인 것이다. 하느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시고, 갈대숲도 도요새도 외롭기는 마찬가지다. 심지어 종소리도 외로워서 울려 퍼진다. 가을의 외로움은 채워지지 않은 영혼의 갈증이다. 인간..

사진속일상 2006.09.27

토평의 코스모스 꽃밭

서울에서 가까운 토평의 한강변에는 넓은 코스모스 꽃밭이 있다. 마침 오늘은 구리 시민의 날과 겹쳐서 강변북로와 한강 둔치에는 차와 사람들로 넘쳐났다. 철 지난 코스모스 꽃밭에는 기념 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이 들어가서 다니는 바람에 꽃들이 밟혀 죽고 엉망이 되어 있었다. 다행히 주차장에서 멀리 떨어진 곳은 사람들의 발길을 덜 타서 온전한 꽃밭을 모양을 갖추고 있는데 늦게 씨를 뿌렸는지 싱싱한 꽃들이 아직 많이 남아 있었다. 코스모스는 남미 원산의 외래종이지만 이미 한국의 가을을 대표하는 꽃이 된지 오래다. 포플러나무가 도열한 신작로 양편으로 코스모스 꽃길이 환했던 옛날 고향 가을 풍경도 아련하다. 지금은 중부 지방 산들의 단풍이 절정을 향하고 있다는데 가을이익어가고 있는 우리 산하는 어딜 가도 아름다운 풍..

꽃들의향기 2004.10.10

코스모스(1)

어린 시절 고향 앞에는 신작로가 길게 뻗어 있었다. 가끔씩 지나가는 차들이 흰 먼지를 뽀얗게 달고 다녔다. 아름드리 포플러 나무들이 길 양편으로 줄지어 서 있었고, 가을이면 코스모스가 길을 따라 만개했었다. 지금은 모두 사라진 풍경이다. 포플러 나무는 베어져 없어져 길은아스팔트로 포장되었고, 쌩쌩 달리는 차들이 무서워 나무도 꽃도 자라지 못하고 사람도 걸을 수 없게 되어 버렸다. 토평에서 열리는 코스모스 축제에 다녀왔다. 엄청나게 넓은 코스모스 꽃밭이 펼쳐져 있었지만 추억 속의 그 옛날 코스모스 꽃길의 정취는 느끼기 힘들었다. 문명의 발달로 편리함은 얻었지만 우리는 또 다른 소중한 것을 잃고 있는 것은 아닐까?

꽃들의향기 2003.09.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