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샌. 2006. 9. 27. 09:34

외롭지 않은 때가 언제 있었으랴. 그러나 가을이 되면 더욱 외로움을 느끼게 된다. 아침저녁으로 찬 기운이 느껴지면 이 정체모를 괴물은 어디선가 스멀스멀 기어 나와 나를 에워싼다. 가을이 되면 어디엔가 숨어있던 외로움이 아픈 생채기를 만들며 모습을 드러낸다. 그리고 손에 잡히지 않는 는개에 젖어들 듯 마음은 외로움에 빠져 헤어나기 힘들어진다.


가을의 외로움은 특정인에 대한 그리움 때문은 아니다. 가을의 외로움은 인간 존재의 근원적 고독과 연결되어 있다. 그것은 모든 생명을 가진 존재의 숙명이다. 어느 시인의 말처럼 외로우니까 사람인 것이다. 하느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시고, 갈대숲도 도요새도 외롭기는 마찬가지다. 심지어 종소리도 외로워서 울려 퍼진다.


가을의 외로움은 채워지지 않은 영혼의 갈증이다. 인간이 죽을 때까지 동경하고 갈구해야 할 절대에 대한 갈증이다.

그래서 가을의 외로움은 결코 기피할 대상이 아니다. 오히려 나의 내적 성숙을 위해 적극적으로 맞이하고 반겨야 할 대상이다. 그래도 외로움이 아픈 것은 어쩔 수가 없다. 너무 아파 멀리 떠나고 싶어도 곱게 놓아주지 않는다.

 



퇴근길에 토평의 코스모스 꽃밭을 찾았다. 그러나 관광지화한 도시의 코스모스 꽃밭은 옛 추억만 그립게 만든다. 어린 시절 고향의 신작로 양쪽으로 환하게 피어있던 코스모스길이 자꾸만 생각이 난다. 가끔씩 흙먼지를 날리며 자동차가 지나가던 그 길은 등하교 길에 우리들의 놀이터였는데, 어릴 적 동무들의 깔깔거리던 웃음소리가 지척에서 들리는 것 같다.


어디엘 가든, 누구를 만나든 더욱 외로움만 짙어지는 가을이다. 영혼의 계절인 이 가을엔 더욱 외로워지고 아파하고, 그래서 더욱 성숙해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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