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치과는 싫어

샌. 2006. 9. 16. 10:53

한 달째 치과 치료를 받고 있다. 차거나 더운 물이 닿으면 윗 어금니가 시큰거려서 병원에 갔더니 충치라고 했다. 그래서 신경치료를 하고 이를 금으로 씌었다. 이왕 간 길에 예전에 아말감으로 때운 이들 중 많이 상한 두 개는 아말감을 뜯어내고 다시 금으로 때웠다. 마지막 스케일링 하는 과정까지 포함해서 치과 치료는 정말 힘들고 싫다. 벌린 입으로 들락날락하는 금속성 기구들의 차가움, 뼈를 깎아내는 소름 돋는 소리, 목구멍에 고이는 탁한 액체, 가끔씩 찌르는 듯한 통증, 이 모든 것이 엄청난 인내를 필요로 한다. 주사 맞는 것과 치과가 제일 무서운 것은 아이 때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그런데 신경치료를 하고 금으로 씌운 이에 문제가 생겼다. 다음 날부터 아파오기 시작하더니 오후에는 다른 일을 할 수 없을 정도로 통증이 심했다. 이뿌리에 염증이 생겨서 그렇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를 씌운 것을 다시 뜯어낼 수밖에 없었다. 진통제를 먹고 며칠 지나니 통증은 가라앉았다. 다음 주가 되어야 다시 씌울 수가 있다고 한다. 그리고 무엇이 잘못 되었는지 이를 마주하면 어느 한 부분이 부딪쳐 자꾸 신경이 쓰인다. 음식을 제대로 씹을 수도 없다. 불편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나는 어릴 때부터 이가 부실했던 것 같다. 일찍부터 충치가 많이 생겼다. 이가 아파서 학교에도 가지 못하고 끙끙 앓던 기억이 난다. 당시는 치과에 가는 것은 엄두도 내지 못했는데 이를 갈면서 새 이들이 돋아난 것이 그나마 다행이었다. 한 번은 충치를 고쳐주는 아줌마가 왔다. 바닥에 기름을 바른 사발을 화로 위에 엎어두고 불에 팥을 뿌리며 따뜻하게 했다. 그리고는 이가 아픈 쪽 귀에다 대주었다. 한참 있다 떼어보니 사발 밑바닥에 까만 벌레 같은 것이 붙어있었다. 아줌마는 그게 충치 벌레라고 하면서 벌레를 잡아냈으니 아프지 않을 것이라 했다. 영 미덥지 않은 치료 방법이었다. 물론 이 아픈 것이 낫지도 않았다. 나중에 알아보니 그것은 순전한 사기 행위였다. 화로에서 올라온 재가 그릇에 붙은 것을 충치 벌레라고 속인 것이다.


지금 내 이를 보면 온통 땜질한 것으로 가득하다. 잇몸 또한 부실해 이뿌리도 많이 드러나 있다. 그래도 아직 뽑은 이는 없으니 나이에 비해서는 그렇게 나쁜 상태는 아니라고 친구는 말한다. 하여튼 다음 주에 이를 씌우고 나면 다시 염증이 생기지 않고 정상으로 돌아왔으면 좋겠다. 그러면 몇 주 동안 참았던 소주와 삼겹살을 맛있게 먹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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