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스물다섯 송이 장미

샌. 2006. 9. 8. 13:57


 

사람이 평균 수명을 산다고 할 때 부부가 같이 살 수 있는 기간은 대략 50년이 된다. 그래서 서양에서는 결혼 50주년이 되는 때를 금혼식으로 축하하고, 그 반이 되는 25년은 은혼식으로 해서 축하한다. 비록 서양에서 들어온 것이긴 하지만 두 사람에게 있어 50과 25는 상당히 의미 있는 숫자임에 분명하다.


아내에게 줄 목걸이 선물을 인터넷으로 고르다가 옆에 있는 동료에게 들통이 나 버렸다. 그래서 뜻하지 않게 멋진 남자로 오해를 받았다. 그런데 난생 처음 해 보는 것이라 선택하기도 어려운데다 배달 기간이 맞지 않아 결국 헤매기만 하다가 포기했다. 선물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지라 고르기가 만만치 않다. 그래서 아내에게 같이 나가서 골라 보자고 했더니 목에 알레르기가 있어서 목걸이를 하지 못한다고 한다. 그 마음만으로도 고맙다고 하면서. 아내는 그 흔한 반지 하나, 목걸이 하나 없다. 25년 전 결혼할 때 마련한 금붙이는 내가 대학원 공부할 때 학비에 대느라 전부 팔아버렸다. 지금은 경제적으로는 어느 정도 여유가 있는데 아직 그 빚을 갚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이번에 목걸이라도 하나 선물하려는데 알레르기를 이유로 사양하는 것이다. 그것은 핑계일 뿐 실은 아내의 알뜰함과 검소한 성격 탓임을 안다. 이럴 줄 알았으면 물어보지도 말고 그냥 샀어야 했는데 머뭇거리기만 한 내 잘못이다.


둘이서 집 앞 식당에 나가 저녁을 같이 했다. 25년이라는 세월이 우리를 여기까지 밀고 왔다. 무고하게 살아온 것에 감사하는 마음과 함께 왠지 쓸쓸하고 허전한 기분이다. 낮에 아내 친구가 뇌출혈로 쓰러진 소식 때문에 더욱 그랬다. 그리고 인생이란 게 원래 그런지 모른다. 아무리 열심히 살아도 뭔가 아쉬움이 남는 것이 인생이다. 앞으로 우리는 작은 것에 감사하고, 멀리 있는 목표보다는 지금 여기서의 행복과 즐거움을 만끽하며 살고 싶다.


잔을 부딪치며 서로에게 다짐했다. 남은 세월을 건강하고 마음 편하게 살아가자고, 두 가지를 다 누린다면 더할 수 없는 복이겠지만, 그러나 인생길에서 신이 그 무엇인가를 앗아가더라도 마음의 평화만은 잃지를 말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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