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작아 10년 전시회

샌. 2006. 9. 6. 10:00


‘작아’(작은 것이 아름답다) 창간 10년을 기념해서 작은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작아’는 녹색평론과 함께 내가 정기 구독하는 잡지다. 이 잡지를 아끼는 사람으로서 어제 친구와 같이 갤러리 ‘다’에서 열리고 있는 전시회를 다녀왔다.


남산 아래 한적한 주택가에 위치한 갤러리도 소박해서 좋았고, 조촐하지만 정성들여 준비한 전시회도 가족적인 자축 분위기로 가득해 아주 좋았다. 실내 전시장에는 작아에 글을 올리시는 분들의 사진이나 그림, 글씨 등의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었고 바깥 뜰에는 환경 도서들과 오래된 느티나무를 이용한 환경사랑 마당이 아기자기하게 꾸며져 있었다. 거기서 야마오 산세이의 책을 한 권 샀다. 특히 반갑게 맞이하고 안내해 준 작아 일꾼들이 고마웠고, 그분들이 전부터 아는 사이인 양 아주 친근하고 가깝게 느껴졌다. 그것은 아마 자연과 세상을 바라보는 공통된 시각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한옥마을 벤치에 앉아 좋은 얘기를 나누며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도심 가운데지만 바로 옆에 남산이 있고, 주위는 소나무들로 둘러싸여 아늑했다. 이 친구와는 진지한 주제도 부담 없이 얘기할 수 있고, 편하게 속내를 털어놓고 대화를 나눌 수 있다. 그렇게 되는 이유는 서로가 마음 밑바닥에서 공유하는 정서가 같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 친구와 얘기를 나누다 보면 “그래 맞아, 맞아!” 하며 서로 박자가 잘 맞는다. 친구 표현대로 하면 우리는 둘 다 살짝 맛이 간 사람들이다.


남자와 여자 사이에 친구가 될 수 있느냐 하는 논란이 있지만 이 친구와의 관계를 보면 나는 불가능하지도 않다고 생각한다. 이 친구를 만난지 5년이 되지만 이성이라는 것을 의식하지 못할 정도로 뜻을 같이 하는 진정한 친구 그대로이다. 물론 여기에는 친구가 전에 특수한 신분(?)이었다는 사실도 한 원인일 것이다. 마음 깊숙한 곳에서 공감하고, 위로받고, 서로 격려해 줄 친구가 있다는 것에 나는 무척 감사하고 있다. 자주 만나지 못하더라도 그런 친구가 옆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마음 든든하고 넉넉해지게 된다.


세상은 마음먹기에 따라 낙원이 될 수도 있고 지옥이 될 수도 있다. 똑 같은 세상이건만 그걸 바라보는 마음의 눈에 따라 낙원에서 지옥까지 수천만 가지 색깔 띠의 스펙트럼이 존재한다. 그 중에서 어느 것을 골라서 맛있고 아름답게 살아가느냐는 최종적으로 내 마음에 달려있다. 그곳에 이르는 방법 중의 하나가 작은 꿈, 작은 욕심, 작은 소비 같은 작은 길이 아닐까하고 생각한다. 그것이 오늘 ‘작아’ 전시회를 보고 난 뒤의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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