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妻城子獄

샌. 2006. 8. 21. 10:05



집안이 답답해서 밖으로 나갔다.

 

힌두교에서는나이 오십이 넘으면 임서기(林棲期)라고 해서 처자를 떠나 숲속에서종교적 명상을 하며 산다고 한다. 처자 부양을 벗어난 남자에게 허용된 자유라고 할 수 있다. 집안의 굴레에 갇혀 마누라 엉덩이나 만지고 아이들 재롱이나 보면서 지내서는 큰 공부나 깨달음은 불가능하다. 석가가 그랬고, 예수가 그랬다.

 

그래서승려들이나 성직자들, 수도자들이 독신을 고수하는 것은 충분히 일리가 있다. 가정과 수도 생활을 동시에 이루어나가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꼭 수도 생활에만 국한시킬 필요없이 살다 보면 해 보고 싶은 일이 있을지라도 가족의 반대나 생계에 매여 포기해야 하는 일들이 얼마나 많은가. 이것을남자에게만 국한시킬 필요는 없고, 여자의 입장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여자 입장에서는 가정이 부성자옥(夫城子獄)이 될 수도 있다.

 

가정이 주는 안정감과 평화가 분명 있다. 그 안에서 모범수로 사는 것 또한 하나의 인생이다. 가정을 못 이룬 사람은 가정을 그리워하고, 가정을 가진 사람은 거기서의 이탈을 꿈꾼다. 남자에게는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면서 누리는 가족간의 따스한 연대감과 함께 그 틀에서의 탈출을 원하는 욕구가 공존하고 있다. 가정은 안온한 둥지면서 동시에 막막한 벽이기도 한 이중성을 지니고 있다.

 

오죽 하면 부부나 부모-자식은 전생의 원수가 내게 원수 갚으려고 왔다고 하지 않는가. 그러고 보면 가정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은 마땅히 감수하고 풀어야 할 나의 업이 되는 것이다. 수도를 하러 멀리 떠날 필요가 없이 가정 자체가 수도장이라는 말 역시 일리가 있다. 가족간의 갈등이 물리적인 가정을 떠난다고 근본적으로 해결된다고 볼 수도 없다. 결국은 자기가 쌓은 성을 허무는싸움이 남아있는 것이다. 어쩌면 가정에서 일어나는 문제들이 결국은 자신의 문제로 귀결될지 모른다.

밖에 나서도 그리고 지금껏 답답한 마음은 풀어지지 않는다.

 

어떻게 살아야 제대로 사는 것이지? 정답 없는 질문을 바보 같이 또 묻는다.

 

그는 오늘도 아내를 가두고 집을 나선다

문단속 잘해, 아내는 건성 듣는다

갇힌 줄도 모르고 노상 즐겁다

라랄랄라 그릇을 씻고 청소를 하고

걸레를 빨며 정오의 희망곡을 들으며

하루가 지나간다 나이 들수록 해가 짧아지네

아내는 제법 철학적이기까지 하다

상추를 씻고 된장을 풀고 쌀을 안치는데

고장 난 가로등이나 공원 의자 근처

그는 집으로 돌아가는 출구를 찾지 못해 헤맨다

그는 혼자 술을 마신다

그는 오늘도 집 밖의 세상에 갇혀 운다

 

- 감옥 / 강연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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