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가을 아침

샌. 2006. 9. 13. 08:57


가을이 되면 내 몸에서는 우울호르몬이 마구 솟아나기 시작한다. 첫서리를 맞은 풀처럼 몸과 마음이 생기를 잃고 무기력의 늪에 빠진다.

세상은 나를 등지고 돌아앉았고 나는 외톨이가 된 듯한 느낌에 시달린다. 가을이 갑자기 찾아오듯 이런 느낌은 어느 날 갑자기 나를 덮친다. 삶은 무미건조해지고 살 맛을 잃는다. 예전에는 그러지 않았는데 이런 현상은 남성 갱년기와 어떤 연관이 있는 것도 같다. 나에게 가을은 무척 힘든 계절이다.

외롭고 쓸쓸하다.

이것은 사람을 만나거나 재미있는 일에 집중하더라도 해결될 병이 아니다. 고통스럽기는 하지만 나 자신은 견딜 수 있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준다는 데 문제가 있다. 나를 둘러싼 음의 기운이 옆에 있는 사람들을 피곤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는 것이 나에게도 괴롭다.

아침 출근길, 지하철역에서 바라본 가을 하늘은 맑고 밝다.

이런 풍경은 나를 더욱 우울하게 하지만 그래도 나는 이 가을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저 맑고 환한 가을의 풍광과 함께 내 안의 무기력과 의기소침과 우울도 사랑한다.

물리친다고 해서 물러갈 손님도 아니므로 이 계절 동안 그분과 친하게 지낼 수밖에 다른도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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