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아침의 비틀기

샌. 2006. 9. 21. 12:13



두 번의 자명종이 울리고서야 잠에서 깬다.

아이도 아직 떠지지 않은 눈을 비비며 비틀비틀 화장실로 들어간다.


참 이상하다!

이런 규칙은 누가 만들었을까? 아침의 태양과 인사를 나눌 시간은 누가 빼앗아갔는가? 좀 늦게 일어나고, 게으름을 부리면 안 되는 걸까?

그러나 아이는 이런 일상이 당연한 것이라 생각하고 의문을 제기하지 않는다. 도리어 더 열심히 일해야 한다고 믿을 것이다. 따라가지 못하는 자신을 채찍질 하면서....


시간에 맞추어, 종소리에 맞추어 생활해야 된다는 순치된 습관은 어릴 때부터 시작되었다. 그 주범은 역시 학교다.

지각하면 혼이 나고, 결석이란 감히 상상할 수도 없었다. 개근상이 최고로 가치 있다고 배웠다. 그렇게 해서 산업사회의 길들여진 노동자로 자라났다.


기계에게나 어울릴 법한 그런 생활을 나 역시 50년 가까이 하고 있다.

그러나 뭔가 이상하다. 보이지 않는 거대한 음모가 숨어 있는 것 같다. 인간을 점점 더 바쁘게 만들고, 말초적 감각에 빠지게 하고, 욕망을 부풀리고, 성찰이 없는 죽은 인간으로 만들려는 보이지 않는 작동기재가 있는 것 같다.

물론 어느 누구도 의도적으로 그러지는 않을지 모른다. 그러나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검은 음모의 하수인이 되어 있다. 꽃과 태양을 노래해야 할 인간성을 짓밟는데 동조하고 있다.


아침 출근길, 이런저런 온갖 생각이 오가는데 상식의 비틀기를 한 번 해본다.

멀리 아침 햇살은 오늘도 새롭고 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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