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산책길의 동방신기

샌. 2006. 10. 1. 10:23

어제 저녁에는 아내와 같이 산책을 나갔다. 한강변의 늘 걷던 길을 벗어나 광진교를 건너 잠실 쪽으로 갔다. 가을 강바람은 시원했고, 서울의 야경 또한 볼만했다. 강북 쪽 강변에는 그런 여유 공간이 없지만, 강남 쪽 둔치는 자리가 넓어 여기 저기 자리를 잡고 앉아 가을밤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았다. 젊은이들은 무엇을 축하하는지 작은 불꽃을 밤하늘로 쏘아 올렸다. 우리도 강가에 앉아 조금은 소란한 그런 풍경을 재미있게 구경했다.


잠실교를 건너 돌아오려다가 좀더 걸어 내려갔다. 두 시간 정도 시간이 걸렸으니 아마 10km 정도는 걸었지 않았나 싶다. 아내가 발이 아프다고 해서 지하철을 타기 위해 종합운동장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그런데 운동장 안에서 무슨 콘서트가 열리고 있는지 안에는 여학생들의 환호성과 빛과 음악소리로 가득했다. 몰래 화장실 들어가는 입구로 해서 안으로 들어갔더니 무대 맞은편의 1층과 2층 사이 아무도 없는 좁은 공간이었다. 그리고 눈앞에는 TV로만 보던 풍경이 펼쳐져 있었다. 눈부신 무대와 여학생들의 귀를 찢을 듯한 환성, 손에 들고 흔드는 붉은 불빛의 군무가 장관이었다. 일제히 환호성을 지를 때는 소리가 얼마나 큰지 바닥이 흔들릴 정도였다. 그 장면이 너무나 신기하고 재미있어 둘이서는 자리를 뜨지 못하고 한참을 구경했다. 나중에 보니 동방신기의 ‘O-正反合’이라는 3집 앨범을 발표하는 무대였다.


나오는 아이들과 뒤섞여 지하철역으로 향하는데 저런 아이들의 열정을 좁은 교실 안에만 가둬둔다는 것이 무리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학업도 중요하지만 한창 피어오르는 아이들의 감성을 충족시키는 교육 프로그램에도 더 신경을 써야 할 것만 같았다. 아이들이 버린 풍선을 하나 집어 들고 같이 지하철을 탔다.


 

길을 걷다보면 의외의 일들과 만나게 되고 그런 데서 더 재미를 느낀다. 가야 할 목표도, 특별한 계획도 없는 걷기일 때 더욱 그러하다. 우리 인생길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엉뚱한 상황과 맞부딪치게 될 때가 흔하다. 불현듯 나타나서 애태우게 하는 사람도 있다. 그래서 울기도 하고, 웃기도 하는데 그런 것으로 인하여 인생을 사는 재미가 더해진다. 물론 고민과 걱정도 동반될 것이지만, 그러나 고민과 걱정 없는 아무런 일도 생기지 않는 밋밋한 인생은 살고 싶지 않다. 어제 저녁의 걸음에서 우연히 동방신기를 만났듯 앞으로 내 인생길에서 기다리고 있을 무언가의 일들을 생각하면 즐겁지 않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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