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랭이 4

술패랭이(2)

아무리 봐도 술패랭이는 화려하게 성장한 귀족 여인이다. 패랭이가 수줍은 듯 가녀린 시골 소녀라면 술패랭이는 보여주기 좋아하고 드러내고 싶어하는 다 큰 처녀다. 얼마나 멋 내고 싶었으면 멀쩡한 꽃잎을 저리 갈갈이 찢어놓았을까 싶다. 그러나 술패랭이는 이웃집 아가씨의 찢어진 청바지처럼 어설프지는 않다. 생긴 모양으로 보면 아닌 것 같지만 술패랭이는 우리꽃이다. 동아시아 지역이 원산지다. 술패랭이는 고운 향기도 가지고 있다. 패랭이와 술패랭이를 비교하면 패랭이는 소박미(素朴美), 술패랭이는 우아미(優雅美)라 할 수 있지 않을까. 언제 보아도 반가운 꽃이다.

꽃들의향기 2010.07.15

상록패랭이

요사이 도시의 공원이나 도로변 화단에서 자주 만나는 꽃이 상록패랭이다. '상록'이라는 이름이 붙은 것으로 보아 겨울에도 잎이 마르지 않고 녹색을 유지하는 것 같다. 잎은 가늘고 길게 생겼다. 생명력도 강하고 늘 푸른 식물이니 조경용으로는 안성맞춤일 게다. 꽃은 패랭이에 비해 크고 화려하다. 색깔은 흰색에서부터 분홍색, 붉은색까지 다양하다. 그러나 패랭이의 수수한 느낌과 달리 이 상록패랭이는 화려하게 단장을 한 여인네의 얼굴이 연상된다. 그것도 너무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짙게 화장을 했다. 누구의 눈길을 끌고 싶은지 입술의 빨간색이 강렬하다. 그러나 꽃은 자신의 본성대로 살아갈 뿐, 거기에 호불호를 느끼는 것은 변덕스런 인간의 마음이 아니겠는가.

꽃들의향기 2010.06.22

술패랭이꽃

패랭이라는 이름이 붙어있는 종류는 많다. 흰패랭이, 수염패랭이, 갯패랭이, 난쟁이패랭이, 좀패랭이, 구름패랭이, 각시패랭이, 술패랭이.... 패랭이꽃과 함께 우리 산야에서 자주 만나는 꽃이 바로 이 술패랭이꽃이다. 술패랭이꽃은 패랭이보다 키도 크고, 꽃도 크다. 가장 큰 특징은 꽃잎 끝이 갈라져 있는 모양에 있다. 그래선지 활달하고 자유분방한 느낌이 든다.술패랭이라는 이름도 이런 모양에서 연유하여붙여졌을 것이다. 살아갈 날들보다 살아온 날이 더 힘들어 어떤 때는 자꾸만 패랭이꽃을 쳐다본다 한때는 많은 결심을 했었다 타인에 대해 또 나 자신에 대해 나를 힘들게 한 것은 바로 그런 결심들이었다 이상하지 않은가 삶이란 것은 자꾸만 눈에 밟히는 패랭이꽃 누군가에게 무엇으로 남길 바라 한편으론 잊혀지지 않는게 두..

꽃들의향기 2006.01.20

패랭이꽃

남한의 국화는 무궁화이고, 북한의 국화는 함박꽃이다. 둘 다 나무꽃인데 만약 풀꽃 중에서 우리나라 국화로 적당한 것을 고르라면 개인적으로는 이 패랭이꽃을 추천하고 싶다. 우선 패랭이꽃은 제주도로부터 백두산까지 전국적으로 분포하고 있어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친근한 꽃이다. 산이나 들, 길가 등 어떤 곳에서도 잘 자란다. 메마르고 척박한 땅도 가리지 않을 정도로 생명력도 강하다. 키가 작아 사람들 발길에 짓밟혀도 바로 줄기를 곧세운다. 작지만 강인한 꽃이다. 패랭이꽃은 수줍은듯 볼을 붉히고 있는 청순한 소녀를 연상시킨다. 꽃잎은 다섯장이고 끝은 톱니마냥 갈라져 있다. 그러나 작고 가녀린 모습 뒤에는 어떤 역경도 헤쳐나갈 것 같은 강한 생명력이 느껴진다. 패랭이는 옛날 신분이 낮은 사람들이 쓰던 모자였다. 양..

꽃들의향기 2005.1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