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란 3

7년차 풍란

이곳에 이사 와서 샀으니 우리와 함께 한 지 7년째가 된다. 한 해를 제외하고는 매년 여름이면 이렇게 멋진 꽃을 보여준다. 가끔 분무기로 물을 뿌려주는 것 외에는 한 게 없는데, 야생 환경이 아닌 아파트 베란다에서 살아내는 모습이 장하다. 뭇 생명은 어떤 조건에서도 제 몫을 살아낸다. 살펴주지 않는다고 투덜대거나 떼를 쓰지 않는다. 알아봐 주지 않는다고 불평하지도 않는다. 작은 풀 한 포기 앞에서 겸허해지지 않을 수 없다.

꽃들의향기 2017.07.31

베란다 풍란

풍란의 개화는 종잡을 수 없다. 기다리면 애만 태우게 하다가, 신경을 끄고 있으면 꽃을 피워 깜짝 놀라게 한다. 어떤 조건이 꽃을 피우게 하는지 알 수 없다. 어찌 됐건 올해는 제일 많은 꽃을 피웠다. 베란다에 있는 화분을 오늘에야 거실로 옮겼다. 풍란의 향기를 옆에 두고 싶어서다. 그동안은 어린 손주가 와 있어서 가까이 들여놓을 수 없었다. 자세히 보니 풍란은 잎도 꽃도 무척 아름답다. 특히 늘어진 꽃대의 선이 일품이다. 널 바라보는 즐거움을 당분간은 누리게 되겠구나.

꽃들의향기 2016.08.01

풍란

이태 전에 마을로 찾아온 꽃장사한테서 풍란 세 촉을 샀다. 수반에 숯을 놓고 이끼를 깔고 풍란을 얹어 주었다. 잎과 뿌리의 생김새만으로도 보기에 좋았다. 늘 촉촉하게 유지되도록 분무기로 물을 뿌려주는 재미도 괜찮았다. 언제쯤 꽃이 필까 기다렸는데 드디어 올여름에 꽃대를 밀더니 드디어 하얀 꽃이 나왔다. 우아하면서 날렵한 맵시에 은은한 향기가 풍란의 품격을 보여주고 있다. 옛날에는 전라도 남쪽 지방에서 많이 자라던 것이었는데 이제는 거의 멸종되었다고 한다. 인간의 손을 탔기 때문이다. 야생의 후손들이 지금은 집안에 갇혀 관상용이 되었다. 고향으로 가고 싶어하는 염원이 흰 꽃으로 피어난 듯 애처롭다. 내 그늘에 가두고 차지한 이 풍란은 풍란이 아닐지 모른다.

꽃들의향기 2013.07.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