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34

여름 하늘

여름은 하늘도 원색이다. 파란 배경에 흰 뭉게구름이 피어나는 풍경은 대표적인 여름 하늘의 모습이다. 그러나 여름 하늘은 변덕쟁이다. 맑던 하늘이 어느 순간에 먹구름으로 뒤덮이고 우르르쾅쾅 소나기가 지나간다. 그리고는 어느새 다시 뜨거운 햇살이 내리쬔다. 밤이면 번개들이 장난치는 불꽃놀이도 감상할 수 있다. 며칠 전에는 두 시간 가까이 부드럽게, 어떨 때는 무섭게 효과음을 섞어가며 밤하늘을 화려하게 장식했다. 뒤이어 한 줄기 비가 쏟아지고 나면 밤하늘의 별들은 더욱 총총하다. 이런 것들은 여름만이 줄 수 있는 선물들이다. 하얀 솜사탕 뭉게구름 사이로 서치라이트 마냥 한 줄기 빛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내 마음도 하늘을 닮아 풍선처럼 부풀어 오른다.

사진속일상 2005.08.19

날씨가 너무 좋아요

계속 흐리고 비 내리는 날씨 뒤에 찾아온 맑은 하늘이 더욱 밝고 환하다. 이런 날은 일과는 좀 제쳐두고라도 자리를 뜨고 싶어지는 법이다. 고개는 자꾸만 하늘바라기를 한다. 그래서 옆 사무실의 K를 불러내 같이 뒷산에 오른다. 인적이 드문 조용한 산길을 따라 천천히 걷는다. 길 주위에서 만나게 되는 풀과 나무 이름도 배운다. 조금 올라가다가 소나무 그늘 아래 너른 바위에 앉는다. 나무 사이로 서울 시내가 내려다보이고 서늘한 가을 공기가 상큼하다. 지상은 복잡하지만 파란 하늘에는 구름 한 점도 없다. 우리는 '자족(自足)'에 대해서 얘기를 나눈다. 산 속에 가만히 앉아있는 것만으로 나는 행복한 시간을 경험한다. 나무와 풀과 푸른 하늘이 그리고 잠시의 일상에서의 해방이 날 이렇게 자유롭게 해준다. 내 가슴은 ..

사진속일상 2004.09.23

태풍이 지나간 하늘

태풍 '송다'가 지나간 하늘이 유난히 푸르다. 커튼을 열듯 태풍이 지나가면서 칙칙한 하늘의 장막을 걷어 갔다. 가려져 있던 하늘의 본래 면목이 눈 앞에 펼쳐지고 사람들의 시선은 자꾸 하늘을 바란다. 작은 공원에는 산책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사람들 마음도 가을 하늘을 닮아 파랗게 물들어가는 것 같다. 저녁이 되니 서쪽 하늘에 걸린 노을이 또한 곱다. 오늘은 하늘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의 부자가 되다.

사진속일상 2004.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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