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 흐리고 비 내리는 날씨 뒤에 찾아온 맑은 하늘이 더욱 밝고 환하다.
이런 날은 일과는 좀 제쳐두고라도 자리를 뜨고 싶어지는 법이다. 고개는 자꾸만 하늘바라기를 한다.
그래서 옆 사무실의 K를 불러내 같이 뒷산에 오른다.
인적이 드문 조용한 산길을 따라 천천히 걷는다. 길 주위에서 만나게 되는 풀과 나무 이름도 배운다.
조금 올라가다가 소나무 그늘 아래 너른 바위에 앉는다. 나무 사이로 서울 시내가 내려다보이고 서늘한 가을 공기가 상큼하다. 지상은 복잡하지만 파란 하늘에는 구름 한 점도 없다.
우리는 '자족(自足)'에 대해서 얘기를 나눈다.
산 속에 가만히 앉아있는 것만으로 나는 행복한 시간을 경험한다.
나무와 풀과 푸른 하늘이 그리고 잠시의 일상에서의 해방이 날 이렇게 자유롭게 해준다. 내 가슴은 고마움과 감사함으로 채워진다.
가을 하늘이 내려준 또 하나의 선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