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2004 추석

샌. 2004. 9. 29. 13:06

넷이서 둘러앉아 송편을 빚는다.

하나는 송편 빚는시범을 보여주는 어머님의 손이고, 하나는 딸 아이의 손이고, 나머지는 조카 둘의 손이다.

우리 집에서 송편 만들기는아이들 몫이다.

내 어린 기억을 되짚어 보아도추석 송편 만들기는 무척 재미있었다.

그런데 모양이 이쁘게 안 나온다고 몇 개 만들다가는 쫓겨나곤 했다.

가을은 수확의 계절이면서 동시에 농작물을 말리는 계절이다.

마당에도 마루에도 방에도 정성스레 수확한 곡식들이 널려있다.

저 고추는 한낮의 햇살을 쬐다가 밤이 되면 군불을 땐 방으로 들어가 다시 몸을 말린다.

곡식을 가꾸는 것도 힘들지만 뒷 손질하는 것도 만만치 않다.

그걸 안다면 작은 곡식 한 알도 헤프게못 할 것 같다.

가을 하늘에 눈이 시리다.

집 마당에서 무심결에 쳐다본 하늘이 너무 파래서 "아-" 하고 절로 감탄사가 나온다.

저녁이 되니 담장의 호박잎 위로 한가위 보름달이 떠올랐다.

무상한 세상 만사를 굽어보는 저 달은 말이 없다.

추석 차례상.

세월이 흐르니 상차림도 단촐해지고 모이는 형제들도 점점 줄어든다.

전에는 3 형제에 작은 집까지 모여 북적였는데 올 추석은 바로 밑의 동생만 찾아왔다.

마음 한 켠이 허전하다.

고향 집의 한 식구, 고양이 '엔쥬'

집 없는 고양이 새끼를 붙잡아서 기르기 시작했는데 벌써 10년째 같이 살고 있다.

몇 차례 죽을 고비를 넘기더니 지금은 건강해진 모습으로 노년을 잘 보내고 있다.

우리 외할머니.

백년의 세월이 저 뒷 모습에 얹혀져 있다.

그런데 지금은 정신을 놓으셔서 내 이름조차 부르지 못하신다.

................

고향이 결코 포근하지만은 않다.

사람과 물건의 쇠락한 모습은 우리를 슬프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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