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꿈의 달

샌. 2004. 9. 15. 10:28

'꿈의 달'을 보러 일산 호수공원에 갔다.

작품에도 호기심이 있었지만 그보다는 '꿈'과 '달'이라는 말이 주는 울림이 컸기 때문이다.

그 말들에서는 뭔가 소중한 것을 잃어버린 듯한 슬픈 느낌이 들고 그곳에 가서 다른 사람의 꿈들이나마 확인하고픈 마음이 생겼는지도 모르겠다.

이 작품의 규모는 거대하지만 작품이 주는 메시지는 간결하다.

지름 15m의 대형 풍선에 세계 140여개 국가의 어린이들이 '나의 꿈'이라는 주제로 그린 작은 그림 13만장을 붙여서 호수에 띄워 놓았다.

밤이 되면 밖에서 여러 색깔의 조명을 비추어서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지구촌 어린이의 수많은 꿈이 모여 분단의 땅 한반도에서 세계의 평화를 기원하는 강익중 님의 작품이다.

실제 달처럼 하늘에 띄워놓는다면 더욱 멋있을 것 같은데 지구상의 전쟁과 분쟁이 사라지는 그날 '꿈의 달'도 하늘로 비상할 것이라는 작가의 말도 그럴듯하다.

호숫가에 앉아 작품을 바라보며 자꾸 희미해져 가는 내 꿈을 저 달에 투영시켜 본다.

'꿈은 이루어진다'라며 경기장에서 울려 퍼지던 고함소리도 들리지만, 그러나 정말로 소중한 꿈은 가슴속에서 고이 고이 자라나는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꿈이란 꼭 이루어져야 하는 것은 아니다.

정말 아름다운 것은 꿈의 성취가 아니라 꿈을 품고 있는 가슴 그 자체가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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