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제천 2

인왕산을 넘어 마포까지 걷다

점심 반주로 소주 한 병을 비우고 효자동에서부터 걷기에 나섰다. 시절이 하 수상하니 답답하고 심란하지 않을 사람이 드물 것이다. 이러한 때 알코올의 위안마저 없다면 사람들의 속병은 더 깊어질 수밖에 없다. 불황에 모든 매출이 떨어지는데 소주 소비만은 늘어난다고 한다. 창의문을 지나 인왕산으로 접어들었다. 역사는 승자의 환희와 함께 패자의 한숨과 눈물과 고난으로 얼룩져 있다. 경복궁에 인접한 이곳 인왕산 자락에는 기록으로 남아있지 않은 인간의 애환들로 가득할 것이다. 주택 사이로 난 골목길을 조금 들어가면 현진건 집터가 나오는데한쪽 구석에 무계동(武溪洞)이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는 바위가 있다. 이곳에서 안평대군이 무계정사(武溪精舍)를 짓고 뜻 맞는 사람들과 글을 읽고 활을 쏘며 심신을 단련했다고 한다. 뒤..

사진속일상 2008.12.17

사당에서 홍제까지 걷다

지난 주에 테니스를 하다가 다리를 다쳤다. 네트 앞에 떨어진 공을 받으러 급히 달려나가다가 다리 뒤의 근육에 이상이 생긴 것이다. 처음에는 절룩거리며 걸었으나 지금은 많이 나아졌다. 그래서 오늘까지는 집에서 푹 쉬려고 했으나 아침부터 시작된 옆 공사장의소음 때문에 집을 나올 수밖에 없었다. 바로 집 옆에서 신축 아파트 공사를 하는데 그 소음이 장난이 아니다. 유독 소음에 약한 나로서는 철근이 부딪치는 금속성의 굉음은 엄청난 스트레스다. 도망을 치듯 아침도 먹지 않고 부리나케 베낭을 꾸려 집을 나섰다. 목적지도 없이 떠났는데 자연스레 뒷산을 넘어 국립현충원을 지나 한강으로 나갔다. 여기서는 여의도나 잠실 방향으로 갈 수 있고, 또는 강을 건널 수도 있다. 잠시 망설이다가 목적지를 홍제천으로 정했다. 동작대..

사진속일상 2008.06.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