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해 3

일본영화 두 편

괜찮은 일본영화 두 편을 보았다. 과 다. 개봉한 지 몇 해 지난 거라서 안방극장에서 본 게 아쉬웠다.그러나 블록버스터 영화가 아닌 잔잔한 영화는 아무 방해 받지 않고 집에서 조용히 보는 게 나을 때도 있다. 얼마 전에 극장에서 영화를 볼 때 옆자리의 여자가 휴대폰으로 쉼 없이 문자를 주고받는 바람에 영화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 은 일본의 중학교가 무대다. 반 아이들에 의해 담임교사의 어린 딸이 살해된다. 이 영화는 담임교사의 우아한(?) 복수를 줄기로 하는 스릴러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단순한 복수극이 아니라 일본 사회의 문제점을 고발하면서 인간 본성과 용서에 대해 깊은 생각을 하게 한다. 일본 학교의 교실 붕괴와 왕따 문제, 살인을 해도 처벌할 수 없는 미성년자보호법, 가정 문제, 아이들을 통해 표현..

읽고본느낌 2012.02.07

묵뫼 / 신경림

여든까지 살다 죽은 팔자 험한 요령잡이가 묻혀 있다 북도가 고향인 어린 인민군 간호군관이 누워 있고 다리 하나를 잃은 소년병이 누워 있다 등너머 장터에 물거리를 대던 나무꾼이 묻혀 있고 그의 말더듬던 처를 꼬여 새벽차를 탄 등짐장수가 묻혀 있다 청년단장이 누워 있고 그 손에 죽은 말강구가 묻혀 있다 생전에는 보지도 알지도 못했던 이들도 있다 부드득 이를 갈던 철천지원수였던 이들도 있다 지금은 서로 하얀 이마를 맞댄 채 누워 목뫼 위에 쑥부쟁이 비비추 수리취 말나리를 키우지만 철 따라 꽃도 피우고 열매도 맺으면서 뜸부기 찌르레기 박새 후투새도 불러 모으고 함께 숲을 만들고 산을 만들고 세상을 만들면서 서로 하얀 이마를 맞댄 채 누워 - 묵뫼 / 신경림 묵뫼란 오랫동안 돌보지 않아 거칠어진 무덤을 뜻한다. ..

시읽는기쁨 2009.08.02

원석/ 정진규

사람들은 슬픔과 외로움과 아픔과 어두움 같은 것들을 자신의 쓰레기라 생각한다 버려야 할 것들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나는 그것들을 줍는 거지 사랑하는 거지 몇해 전 집을 옮길 때만 해도 그들의 짐짝이 제일 많았다 그대로 아주 조심스레 소중스레 데리고 와선 제자리에 앉혔다 와서 보시면 안다 해묵어 세월 흐르면 반짝이는 별이 되는 보석이 되는 原石들이 바로 그들임을 어이하여 모르실까 나는 그것을 믿고 있다 기다리고 있다 나는 슬픔 富者 외로움 富者 아픔의 어두움의 富者 살림이 넉넉하다 * 거지... 걸인 - 原石 / 정진규 얼마쯤 세월이 흘러야 나도 시인처럼 슬픔과 외로움과 아픔과 어두움을 사랑하게 될 수 있을까? 슬픔 富者 외로움 富者 아픔의 어두움의 富者라고, 그래서 마음 살림이 넉넉하다고 따스하게 말할 수..

시읽는기쁨 2008.1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