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읽는기쁨

원석/ 정진규

샌. 2008. 11. 15. 09:06

사람들은 슬픔과 외로움과 아픔과 어두움 같은 것들을 자신의 쓰레기라 생각한다 버려야 할 것들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나는 그것들을 줍는 거지 사랑하는 거지 몇해 전 집을 옮길 때만 해도 그들의 짐짝이 제일 많았다 그대로 아주 조심스레 소중스레 데리고 와선 제자리에 앉혔다 와서 보시면 안다 해묵어 세월 흐르면 반짝이는 별이 되는 보석이 되는 原石들이 바로 그들임을 어이하여 모르실까 나는 그것을 믿고 있다 기다리고 있다 나는 슬픔 富者 외로움 富者 아픔의 어두움의 富者 살림이 넉넉하다

* 거지... 걸인

- 原石 / 정진규

얼마쯤 세월이 흘러야 나도 시인처럼 슬픔과 외로움과 아픔과 어두움을 사랑하게 될 수 있을까? 슬픔 富者 외로움 富者 아픔의 어두움의 富者라고, 그래서 마음 살림이 넉넉하다고 따스하게 말할 수 있게 될까?

우리가 기피하는 마음속의 부정적인 요소들 역시 우리 삶의 일부다. 마치 동전의 양면처럼 그들을 없앤다면 전체로서의 우리도 존재할 수 없다.도리어 그들은 불청객처럼 외면하려 할 수록 더욱가까이 다가온다.빛이 강하면 그림자가 더 진해지듯이 마음의 원리도 마찬가지다. 그러므로 민들레를 사랑하지 않고서는자신을 사랑하는 것이 아니다.슬픔과 외로움과 아픔을 포근히 껴안고 보듬어줄 때 삶의 고통은 뒤에 반짝이는 별로 변할 것이다. 그런 믿음이 있기에 시인은 그들을 버리지 않고 도리어 주우러 나간다. 자신을 '그것들을 줍는 거지'라고 한 표현이 재미있다. 마음의 거지가 되어야 그것들을 사랑하고 주울 수가 있는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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