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가을을 살아도 늦가을을 몰랐지
늦가을을 제일로
숨겨놓은 곳은
늦가을 빈 원두막
살아도 살아갈 곳은
늦가을 빈 원두막
과일을 다 가져가고
비로소 그 다음
잎사귀 지는 것의 끝을
혼자서
다 바라보는
저곳이
영리가 사는 곳
살아도 못 살아본 곳은
늦가을 빈 원두막
늦가을을 살아도 늦가을을 못 살았지
- 늦가을을 살아도 늦가을을 / 문태준
수확이 끝난 빈 들판의 빈 원두막은 모든 것 다 내어주고 참 편안하다. 비어있음의 충만이다. 욕심도 버리고 원망도 내려놓고, 아무도 없는빈자리에는 바람이 지나고 하늘이 깃들게 하리. 그러나 늦가을을 살아도 늦가을을 못 사는 사람 많다. 단풍 속으로 들어간다고 모두가 가을을 사는 것은 아니듯이 말이다.
그런데 이 시에 나오는 '영리'란 무슨 뜻일까? 사람 이름일까? 사전에서 찾아보니 서로 다른 뜻을 가진 단어가 8 개나 나온다. 그 중에서 '영리(榮利)'는 명예와 이익이라는 뜻인데 그 의미가 이 시와는 맞지 않는 것 같다. '영리하다'의 영리라면 비슷하게 의미가 통할까? 지혜 쯤으로 해석해 볼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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