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11 40

하송리 은행나무

우리나라에서 가장 크고 오래되었다는 용문사 은행나무와 쌍벽을 이루는 나무다. 줄기 둘레가 14.8m나 되니 오히려 용문사 은행나무보다 더 굵다. 나이도 1,000살이 넘으니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은행나무라고 할 수 있다. 전설에 의하면 영월 엄씨의 시조인 엄임의(嚴林義)가 심었다고 한다. 이분은 당 현종(玄宗, 685-762) 때 새로 만든 악장을 보급하기 위해 우리나라에 파견된 파락사(波樂使)였는데 본국에서 정변이 일어나는 바람에 돌아가지 못하고 영월 지역에 정착했다고 한다. 그게 사실이라면 이 은행나무의 나이는 1,200살까지도 올라갈 수 있다. 영월읍 하송리에 있는 이 은행나무는 지금은 동네 가운데에 있지만 원래 이곳에는 대정사(對井寺)라는 절이 있었다고 한다. 은행나무 주변은 넓은 공터가 만들어져잘..

천년의나무 2011.11.07

안동 제비원 석불

아주 어렸을 때 동네 어른들이 '제비원 소주'를 마시던 기억이 어렴풋이 남아 있다. 그래서 '제비원' 하면 금방 '소주'가 연상된다. 지금 안동 소주의 원조가 제비원 소주일 것이다. 그때 왜 이름이 특이하게 '제비원'일까, 하는 의문이 있었다. 제비원의 정식 행정지명은 안동시 이천동(泥川洞)이다. 사람들이 제비원이라 부르는 건 이곳에 전해지는 설화 때문이다. 옛날 이곳에는 관리들이 출장길에 묵어가는 '원(院)'이 있었는데, 부모 없이 자란 '연이'라는 처녀가심부름하며 살고 있었다. 부근에 살던 부잣집 김씨 총각이 죽어 저승에 갔는데 염라대왕이 "너는 세상에서 못된 일을 많이 하여 저승 창고가 비었다. 착한 일을 많이 한 연이의 재물을 빌려 인정을 베풀라." 하여 이승으로 되돌아왔다. 그리하여 재물을 나누..

사진속일상 2011.11.06

아흔여섯의 나 / 시바타 도요

시바타 씨 무슨 생각을 그리 하세요? 도우미의 물음에 난처했습니다 지금 세상은 잘못됐다고 바로 잡아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결국 한숨을 쉬며 웃을 뿐이었습니다 - 아흔여섯의 나 / 시바타 도요 시바타 도요, 1911년에 태어났으니 백 세를 넘었다. 아흔이 넘어 시를 쓰기 시작해서 산케이 신문의 '아침의 시'에 입선되었다. 그리고 시집까지 내고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작년에 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었다. 백 세가 넘어서도 시를 쓸 수 있다는 건보통 축복이 아니다. 그 나이가 되도록 싱그러운 감성이 유지된다는 게 기적처럼 보인다. 세상과 사람에 대한 따스한 관심이 없으면 시는 나오지 않는다. TV에도 가끔 장수 노인이 나오지만 아흔이 넘은 나이에 시를 쓴다는 사람은 아직 보지 못했다. ..

시읽는기쁨 2011.11.06

군대와 학교

친구들과 군대 얘기를 하다 보면 재미있는 현상을 발견하게 된다. 다시 입대하게 되는 악몽을 공통으로 꾼다는 점이다. 물론 나도 마찬가지다. 무슨 이유를 붙여서라도 붙잡아가려는 당국과 도망가려는 나 사이의 갈등이 군대 꿈의 기본 틀이다. 꿈을 깨고 나면 식은땀이 흐르기도 한다. 군대가 체질인 사람이 아닌 이상 대한민국 대부분 남자들에게는 군대 경험이 정신적 트라우마로 남아 있음을 공통적인 꿈 경험이 대변해 준다. 나에게는교직 생활 역시좋지 않은 꿈으로나타난다. 퇴직한 지 1년도 채 안 됐지만 학교가 꿈에 나오면 영 기분이 언짢다. 수업하러 들어가는데 교실을 찾지 못해 허둥대는 꿈이 제일 잦다. 미로 같이 얽힌 학교 건물을 따라 이리저리 헤매다 보면 교실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수업 시간이 끝나 버린다. 또, ..

길위의단상 2011.11.05

우리는 낙오자가 아닌 거부자입니다

수능을 앞두고 대학 입시를 거부하는 30인 선언이 다시 있었다. 미국에서 시작된 '월가를 점령하라' 시위도 점차 확대되고 있다. 이곳저곳에서 자본주의와 학벌중심 체제에대한 균열이 생기고 있다. 비록 처음 세력은 미약할지라도 그런 움직임이 시작되었다는 것이 중요하다. 조만간 자본주의의 심장부인 미국에서 자본주의가 붕괴되는 조짐이 나타날지 모른다. 우리는 지금 거대 패러다임이 변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이런 움직임에 동참하는 사람이 많아진다면 변화를 재촉하는 물결은 노도가 되어 흐를 것이다. '모든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세상, 행복이 유예된 삶이 아니라, 지금, 여기, 오늘이 즐거운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은 꿈꾸고 행동하는 사람들에 의하여 만들어진다. 그들에게 격려를 보낸다. "우리는 낙오자가 ..

참살이의꿈 2011.11.04

소용없다

박목월 시인의 부인은 생전에 자식들이 속상하게 할 때마다 부채에 써놓은 글귀를 보며 마음을 달랬다고 전해진다. 부채에는 '소용없다'라는 글자가 적혀 있었다고 한다. 부인은 자식들이 말썽을 부릴 때면 부채를 펴서 자식들에게 보이고 스스로에게도 자경(自警)의 의미로 삼았던 것이다. 그분의 아들인 박동규 선생의 회고로는 어머니가 부채를 펴 보이면 조심해질 수밖에 없었다고 말한다. 부모와 자식 사이의 천륜을 어찌할까? 그러나 무엇이건 지나치면 병이 된다. 특히 어머니의 자식에 대한 사랑은 집착으로 변질되기 쉽다. 아이가 다 컸는데도 불구하고 정신적 탯줄을 끊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남의 얘기가 아니다. 아내는 딸을 시집보내고 나서부터 잠을 이루지 못한다. 병원 약이 아니면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다. 자식이 ..

참살이의꿈 2011.11.03

사인암 소나무

단양 사인암 앞을 흐르는 남조천에 멋지게 생긴 세 그루의 소나무가 있다. 수령은 100년 정도로 그리 오래되지는 않았지만줄기나 가지의 휘어진 품이 옛 풍류를 느끼게 해준다. 아마 사인암에 놀러온 사람들에게 이 나무 밑은 명당 자리였을 것이다. 나무는 개울로 돌출해 있어 개울 가운데서 자라고 있다. 개울이 넓어지면서 점점 개울 쪽으로 들어간 것 같다.홍수가 나면 이 나무들도 위험해 보인다. 세 나무 중 하나는 줄기가 부러져서 볼 품 없게 되었다. 좀더 안전한 관리가 필요해 보인다.

천년의나무 2011.11.02

장자[184]

마음이 천지 사이에 매달린 것처럼 어둡고 막히면 이해가 서로 갈리며 심한 불이 일어나 사람들의 화목을 태워버린다. 달빛은 본래 불빛을 이기지 못한다. 여기에서 무너짐으로써 도(道)는 내쫓긴다. 心若縣於天地之間 慰흔沈屯 利害相摩 生火甚多 衆人焚和 月固不勝火 於是乎有퇴然而道盡 - 外物 2 동양철학에서는 인간 본성이 이렇다 저렇다 구체적으로 말하지 않는다. 인간은 어떤 결정된 존재가 아니라 하늘과 땅 사이에서 천지와 상호작용을 하며 우주만물과 조화를 이루어 나간다. 이 교류가 끊어질 때 인간은 도(道)를 상실하고 짐승의 단계로 추락하고 만다. 그러므로 항상 천명(天命)에 마음을 열어 막히고 어두워지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 인간은 자신을 도야함으로써 더 나은 존재로 향상될 수 있는 바탕이 있음을 여기서는 '달..

삶의나침반 2011.1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