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에 홀로 여유롭게 산행을 하면서 퇴직의 행복감에 젖는다. 갇힌 방에서 탈출을 꿈꾸며 먼 산을 그리워했던 게 엊그제 같은데 자유의 몸이 된 게 아직 믿기지 않는다. 늦게 일어나도 눈치 볼 일 없고, 가고 싶은 데 아무 때나 갈 수 있다. 도시의 러시아워도 나와는 무관하고, 하기 싫은 일 억지로 하지 않아도 된다. 주말이면 북적이는 산이지만 나와는 무관한 일, 평일의 조용한 길을 호젓하게 걸을 수 있다. 직장에서 애쓰는 동료들을 떠올리면 더욱 즐거운 일이 아닌가. 마치 정체로 꽉 막혀 있는 상행선 옆으로 뻥 뚫린 하행선을 달리는 기분이다. 어제는 검단산에 올랐다. 영하의 기온이었지만 바람 없고 맑았다. 애니메이션 고등학교에서 유길준 묘를 지나는 왼쪽 능선길로 정상에 오른 뒤 현충탑을 지나는 길로 내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