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12/02 2

사랑 / 고은

사랑이 뭐냐고 문기초등학교 아이가 물었다 얼른 대답이 나오지 않았다 궁한 나머지 지나가는 새 바라보며 얼버무렸다 네가 커서 할일이란다 돌아서서 후회막급 사랑할 때밖에는 삶이 아니란다라고 왜 대답하지 못했던가 그 아이의 어른은 내일이 이미 오늘인 것을 왜 몰랐던가 저녁 한천가 한 사내의 낚시줄에 걸려버린 참붕어의 절망이 내 절망인 것을 왜 몰랐던가 사랑이 뭐냐고 물었을 때 - 사랑 / 고은 '사랑할 때밖에는 삶이 아니란다'라는 사랑이란 무엇일까? 단순히 두 남녀가 서로 좋아하는 게 사랑의 전부는 아닐 것이다. 부모가 자식을 아끼고 보살피는 것도 사랑의 전부는 아닐 것이다. 사랑에는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 이 시를 읽으면서 사랑이란 '공감의 능력'이라고 말하고 싶어졌다. 타자의 고통을 같이 아파하고, 슬픔..

시읽는기쁨 2011.12.02

보라동 느티나무

지난달 가을이 짙어갈 때 이 느티나무를 만났다. 용인시 기흥구 보라동에 있다. 기묘사화 때 조광보(趙光輔)가 심었다고 하니 수령은 500년이 되었다. 안내문에는 400년으로 나와 있는데, 조광보가 심었던 후손 느티나무쯤으로 보는 게 맞는 것 같다. 옛날에 이 자리는 양반들이 시를 읊고 학문을 논하던 정자가 있지 않았을까, 추정을 해 본다. 나무 주변에는 공원을 아담하게 꾸며 놓았다.의자와운동기구도 있어 나무와 함께 하는 휴식 공간이 되고 있다. 나무의 생육 상태도 좋다. 조금 떨어진 곳에는 또 다른 느티나무가 있다. 이 나무에는 더 오랜 전설이 전해진다. 조선이 건국할 때 마을에 돌림병이 돌았는데 이태조의 부마 양경공의 꿈에 한 고승이 나타나 마을을 지킬 수호목을 찾아 심으라고 했다. 그래서 마을 사람들..

천년의나무 2011.1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