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죽을 누르면 국수틀에서 국수가 빠져나와 받쳐놓은 끓는 솥으로 가만히 들어가 국수가 익듯, 익은 국수를 커다란 소쿠리째 건져 철썩철썩, 찬물에 담갔다가 건져내듯, 손 큰 내 어머니가 한 손씩 국수를 동그렇게 말아 그릇에 얌전하게 앉히고 뜨거운 국물을 붓듯, 고명을 얹듯, 쫄깃쫄깃, 말랑말랑 그 매끄러운 국숫발을 허기진 누군가가 후루룩 빨아들이듯, 이마에 젖은 땀을 문지르고 허, 감탄사를 연발하며 국물을 다 들이키고 나서는 빈 그릇을 가만히 내려놓은 검은 손등으로 입가를 닦듯, 살다 갔으면 좋겠다. - 황홀한 국수 / 고영민 시장 한구석, 허름한 국숫집을 찾아 한 끼를 때우는 고단한 사람의 굽은 등이 보인다.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른다. 검은 손등으로 입가를 닦으며 빈 그릇을 내려놓는다. 어떤 산해진미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