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하고 나서 사람들을 만날 때면 십중팔구 이런 질문을 받는다. "무슨 일 하며 지내?" 어떤 사람은 맨 첫 마디에 묻기도 하는데, 대개는 이런 질문이 나오는데 늦어도 30초가 걸리지 않는다. 그러나 특별한 사람이 있기도 하다. 얼마 전에 만난 친구는 이렇게 물어 나를 놀라게 했다. "요사이는 무슨 책을 읽고 있어?" 사람들은 일을 거의 자신과 동일시한다. 일이 없는 삶을 상상하지 못한다. 심지어는 하는 일을 가지고 그 사람을 판단한다. 문제는 일이 삶에 의미를 부여하는 유일한 것이라는 데 있다. 그저 일 속에 파묻혀 산다. 그런 사람에게 일은 진정한 삶으로부터의 도피밖에 되지 않는다. 퇴직 후의 취미생활도 마치 일하듯 전투적으로 한다. 그들은 고독한 시간이 두려운 것이다. 내면의 불안이 더욱 일로 내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