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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슬픔을 팔아서 / 이정우

이 슬픔을 팔아서 조그만 꽃밭 하날 살까 이 슬픔을 팔면 작은 꽃밭 하날 살 수 있을까 이 슬픔 대신에 꽃밭이나 하나 갖게 되면 키 작은 채송화는 가장자리에 그 뒤쪽엔 해맑은 수국을 심어야지 샛노랗고 하얀 채송화 파아랗고 자줏빛 도는 수국 그 꽃들은 마음이 아파서 바람소리 어느 먼 하늘을 닮았지 나는 이 슬픔을 팔아서 자그만 꽃밭 하날 살꺼야 저 혼자 꽃밭이나 바라보면서 가만히 노래하며 살꺼야 - 이 슬픔을 팔아서 / 이정우 슬픔이 얼마나 진했으면 시인은 슬픔을 팔아 꽃밭 하나 사고 싶다고 했을까? 슬픔을 살 사람은 없으니, 슬픔이 팔릴 리가 없다는 걸 시인도 잘 알 것이다. 슬픔을 팔겠다는 건 슬픔과 함께 하겠다는 다른 표현이 아닐까. 이때의 슬픔은 처음의 비탄이 아니라, 고운 꽃으로 승화된 슬픔이다...

시읽는기쁨 2012.08.18

아름다운 마무리

가끔 죽음을 생각한다. 그리고 편안하고 행복하게 이 지상에서의 삶을 마무리할 수 있기를 기도한다. 최악의 경우도 상상된다. 암에 걸려 고통에 시달린다든지, 치매로 정신줄을 놓아버릴까 봐 겁이 난다. 내 뜻대로 되는 일이 아니어서 더욱 그렇다. 가톨릭에서 말하는 '선종(善終)'이라는 말 그대로 아름답게 이 세상을 뜨고 싶다. 스코트 니어링이 떠오른다. 그분은 100세가 되자 스스로 곡기를 끊음으로써 품위 있는 죽음을 만들었다. 옆에서 도와준 아내의 역할도 컸다. 작년에 봤던 영화 '청원'도 생각난다. 안락사를 다룬 내용인데 전신마비의 고통에 시달리던 주인공이 약물로 죽음을 맞는다. 죽음의 순간이 친구들이 모여 노래하고 추억하는 즐거운 파티가 되었다. 박기호 신부님이 쓴 이라는 책을 읽었는데, 끝 부분에 어..

읽고본느낌 2012.08.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