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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가리 느티나무(2)

4년 만에 다시 이 느티나무를 만났다. 괴산군 장연면 오가리에 있다. 오가리(五佳里)는 산, 물, 땅, 곡식, 인심이 좋아 붙여진 이름이다. 이곳 오가리 우령마을 역사도 800년이나 되었다. 처음 이 느티나무를 만났을 때 800여 년이라는 나이뿐만 아니라 굵은 줄기와 우람한 모습을 보고 감탄했다. 그 뒤로 느티나무 하면 바로 이 오가리 느티나무가 떠오른다. 이번에는 괴산을 지나다가 우연히 다시 들리게 되었다. 그때는 앞 도로가 공사중이었는데, 지금은 넓게 뚫려 있다. 공원 안에는 두 그루가 있는데 이 느티나무는 아래에 있다고 하여 하괴목(下槐木)이라고 한다. 품새가 단정해서 곱게 늙으신 할아버지 같다. 정월 대보름에 마을 사람들이 성황제를 지내는 곳도 이 나무 앞이다. 상괴목이다. 하괴목에 비해 키는 더..

천년의나무 2012.08.26

너무 늦게 그에게 놀러간다 / 나희덕

우리 집에 놀러와. 목련 그늘이 좋아. 꽃 지기 전에 놀러 와. 봄 날 나지막한 목소리로 전화하던 그에게 나는 끝내 놀러 가지 못했다. 해 저문 겨울 날 너무 늦게 그에게 놀러 간다. 나 왔어. 문을 열고 들어서면 그는 못들은 척 나오지 않고 이봐, 어서 나와. 목련이 피려면 아직 멀었잖아. 짐짓 큰 소리까지 치면서 문을 두드리면 조등(弔燈) 하나 꽃이 질 듯 꽃이 질 듯 흔들리고, 그 불 빛 아래서 너무 늦게 놀러 온 이들끼리 술잔을 기울이겠지. 밤새 목련 지는 소리 듣고 있겠지. 너무 늦게 그에게 놀러 간다. 그가 너무 일찍 피워 올린 목련 그늘 아래로. - 너무 늦게 그에게 놀러 간다 / 나희덕 광주성당에서 미사를 드릴 때 우연히 후배 B를 만났다. 성체를 영하는 줄에 그가 서 있었다. 그만의 약간..

시읽는기쁨 2012.08.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