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8 46

이런 몸을 가지고

중국에 다녀온 뒤 심한 몸살을 앓았다. 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릴 때인데도 난방을 때고 겨울 이불을 꺼내 덮었다. 이틀을 끙끙거린 뒤 다행히 열은 내렸다. 그리고 거의 동시에 이빨도 탈이 났다. 어느 날 자고 일어났더니 하나에서 통증이 왔다. 혀만 스쳐도 아픔이 더 했다. 다른 하나는 찬 게 닿으면 견딜 수 없게 욱신거렸다. 치과에 갔더니 둘 다 신경 치료에 대수리를 해야 한다고 했다. 주변에 있는 다른 한 개까지 세 개의 이빨을 치료하는데 거금 150만 원이 들었다. 지금도 병원 왕래 중이다. 이 모든 게 중국 여행의 여파인 것 같다. 피로 누적이 몸살과 이빨의 병으로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중국에서는 너무 더워서 찬 아이스케키를 마구 깨물어 먹었다. 평소 부실했던 이빨이 이때다, 하고 신호를 보낸 것이다..

길위의단상 2012.08.12

장자[214]

노나라 애공이 안합에게 물었다. "나는 공자를 나라의 동량으로 삼으려 하는데 그러면 나라가 나아지겠는가?" 안합이 말했다. "매우 위험합니다. 공자의 방술이란 깃털을 꾸미고 채색하는 것입니다. 그의 사업은 말씀을 화려하게 꾸미고 갈래로 나누는 것을 종지로 삼습니다. 천성을 잘라내는 것을 백성에게 본받도록 하고 받아들임은 마음이요, 주재함은 정신임을 알지도 믿지도 않습니다. 그런 그가 어찌 백성을 중하게 여기겠습니까? 공자는 그대의 벗이므로 제가 공자를 두둔한다면 그대를 오도함이 분명합니다. 실질을 떠나 백성을 거짓되게 가르치는 것은 백성을 돌보는 행위가 아닙니다. 후세를 위해 고려한다면 그를 채용하는 것을 그만두는 것이 좋습니다." 魯哀公問於安闔曰 吾以仲尼爲貞幹 國其有廖乎 曰殆哉급乎 仲尼方且飾羽而畵 從事..

삶의나침반 2012.08.11

가장 사나운 짐승 / 구상

내가 다섯 해나 살다가 온 하와이 호놀룰루 시의 동물원, 철책과 철망 속에는 여러 가지 종류의 짐승과 새들이 길러지고 있었는데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 것은 그 구경거리의 마지막 코스 '가장 사나운 짐승'이라는 팻말이 붙은 한 우리 속에는 대문짝만한 큰 거울이 놓여 있어 들여다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찔끔 놀라게 하는데 오늘날 우리도 때마다 거울에다 얼굴도 마음도 비춰보면서 스스로가 사납고도 고약한 짐승이 되지나 않았는지 살펴볼 일이다. - 가장 사나운 짐승 / 구상 지난번 중국에 다녀올 때 공항에서 안내자가 흉기가 될 만한 물건은 가지고 들어갈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자 뒤에 있던 누군가가 이렇게 중얼거렸다. "사람이 제일 무서운 흉기가 아닌가?" 어렸을 때 사랑방에 모인 우리를 보고 할아버지가 물었다. "산..

시읽는기쁨 2012.08.10

악마의 백과사전

'OO사전'이라는 이름으로 우리가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단어의 의미를 새로운 각도에서 바라보게 하는 책들이 있다. 상식의 위선을 까발리며 말 이면에 숨어 있는 솔직한 의도를 드러내 준다. 만화가 박광수 씨가 펴낸 도 같은 류의 책이다. "그래, 그래" 하며 고개를 끄덕일 때가 많았다. 책에 나온 단어의 새로운 해석을 옮긴다. -------------------------------------------------------------- 가난 貧困 poverty 사람마다 기준과 정의가 다른 지갑의 무게. 일반적으로 지갑의 품질과 관계가 없으며 용모나 인생관, 인격따위와도 크게 연관이 없다. 가발 假髮 wig 철든 사람이 타인에게 함부로 맨살을 드러내는 일이 얼마나 부끄러운지 알기에 큰돈 주고 구입하는, 인체..

읽고본느낌 2012.08.09

중산층의 조건

우리나라와 프랑스, 영국, 미국에서 생각하는 중산층의 기준을 비교한 걸 보았다. 중산층이라고 하면 우리는 먼저 물질적인 것을 기준으로 삼는다. 상, 중, 하를 가르는 것은 경제적 능력이다. 그러나 선진국은 정신적인 부분과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책임을 더 강조한다. 국민 의식이 다르다. 언제까지 경제 타령만 할 것인가, 아직도 부끄러운 우리의 모습이다. * 한국의 중산층 기준(직장인 대상 설문 결과) 1. 부채 없는 아파트 30평 이상 소유 2. 월 급여 500만 원 이상 3. 자동차는 2,000cc 이상 중형차 소유 4. 예금액 잔고 1억 원 이상 보유 5. 해외여행 1년에 몇 차례 이상 다닐 것 * 프랑스의 중산층 기준(퐁피두 대통령이 '카르테 드비'로 정한 기준) 1. 외국어를 하나 정도를 할 수 있을..

참살이의꿈 2012.08.08

악의 심연

더위를 잊기 위해 스릴러 소설을 골랐다. 막심 샤탕의 이다. 이틀에 걸쳐 읽었는데 어젯밤에는 무서워서 문을 꽁꽁 잠그고 잤다. 더위를 잊으려다 도리어 더위를 더 맞이한 셈이 되었다. 소설에는 인육을 먹는 등 너무 잔혹한 장면이 나온다. 사람이 상상할 수 있는 가장 잔인한 장면들이 묘사되어 있다. 뒷 느낌이 꺼림찍하다. 아무래도 책을 잘못 골랐다. 그러면서도 한 번 읽기 시작하면 중간에 그만 둘 수 있다. 스릴러의 매력이다. 또한 인간에게는 타인의 비극을 엿보려는 심리가 있는지도 모른다. 손으로 눈을 가리면서도 호기심으로 손가락 사이를 살며시 연다. 머리가죽이 벗겨진 여자가 뉴욕의 공원을 발가벗고 도망가는 장면으로 소설은 시작된다.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예순일곱 명의 실종사건이 드러나고 범인들의 윤곽이..

읽고본느낌 2012.08.08

이열치열 산행

올 여름 불볕더위가 대단하다. 연일 폭염경보다. 서울 지역에서는 열이틀 연속 열대야가 계속되고 있다. 요사이는 에어컨 덕을 톡톡히 본다. 작년에는 에어컨을 만져보지도 못했는데 올해는 에어컨 없이는 못 살 것 같다. 전 직장 동료 H와 아차산과 용마산을 걷는 짧은 산행을 했다. 늦으막한 시간인 오후 4시에 만났다. 간단히 생수병 하나만 들었다. 산에 들어 땀을 흘리니 몸이 개운해졌다. 덥다고 집에서 빈둥댈 일만 아니다. 용마산에서는 서울 시내의 전망이 환했다. 태평양고기압의 영향 탓인지 대기가 맑고 쾌청했다. 기분도 환해졌다. 밖에 나오길 잘 했다. 저 산 아래는 20대 때 내가 살던 곳이다. 그때 오르내리던 산길을 따라 내려갔다. 산은 그대로인데 인간 세상은 많이도 변했다. * 산행 시간; 16:00 -..

사진속일상 2012.08.08

꽃은 젖어도 향기는 젖지 않는다

도종환 시인이 국회의원이 된 후 작은 소동이 있었다. 교육과정평가원에서 도 시인의 시를 교과서에서 빼라고 출판사에 통보한 것이다. 결국은 없었던 일로 되었지만 경직된 우리 사회의 단면을 드러낸 해프닝이었다. 그 뒤에 국회 본회의에서 시인은 5분 자유발언을 통해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발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존경하는 박병석 부의장님, 선배, 동료 의원 여러분, 민주통합당 비례대표 도종환입니다. 저는 오늘 착잡한 심정으로 이 자리에 나왔습니다. 저는 국회의원이면서 시인입니다. 제가 쓴 시는 10년 전부터 국정 국어교과서에 실려 있고, 학생들이 배우고 공부해 왔습니다. 공문에 의하면 수정보완 이행 결과가 미진하면 검정이 취소될 수 있다고 돼 있습니다. 지금까지 교과서 수정보완은 띄어쓰기, 맞춤법, 어휘 ..

읽고본느낌 2012.08.05

중국 여행 - 쿤위산

쿤위산(923m)은 연태 근교에 있는 화강암 산이다. 우리로 치면 북한산과 닮았다. 산세가 우람하면서 빼어나다. 일부는 골프장으로 가고, 나머지는 쿤위산 등산에 나섰다. 그러나 정상에 다녀오는 데는 일정에 무리가 있어 1시간여 걸리는 산책 코스를 택했다. 전날 태산에 비해 훨씬 여유있고 한가한 산행이었다. 안내판을 통해 코스 설명을 듣다. 한국 사람이 얼마나 많이 찾아오는지 중국어, 영어, 한국어가 나란히 적혀 있다. 등산로 초입의 계류가 맑고 깨끗했다. 등산로도 깔끔하게 잘 정비되어 있었다. 바위 사이에서 귀엽게 돋아난 아기 소나무. 중국 유치원 아이들이 단체로 소풍을 나왔다. 앞에서 붉은 깃발을 들고 가는 모습이 이색적이었다. 구룡지(九龍池)와 구룡폭포. 안내판에는 구룡지 전설이 이렇게 적혀 있다. ..

사진속일상 2012.08.05

중국 여행 - 태산

밤새 시끄러운 중국 사람들 목소리로 잠을 설쳤다. 태산 일출을 보기 위해 4시 모닝콜이 되어 있었으나 이미 그 전에 잠이 깼다. 문을 열어서야 왜 그렇게 시끄러웠는지를 알았다. 호텔 복도와 로비는 온통 텐트로 가득 차 있었다. 산을 올라온 사람들의 임시 숙소였다. 더 놀라운 광경은 호텔을 나섰을 때였다. 사람들이 끝없이 올라오고 있었다. 일출을 보기 위해 밤새 태산을 걸어 올라온 행렬이었다. 인민군복 같은 두꺼운 코트를 걸치고 꾸역꾸역 정상으로 밀려 올라가는 광경은 나그네의 눈에는 낯설고 기이했다. 귀기(鬼氣)마저 서리는 풍경이었다. 종교적 순례 행렬이라고 해야 맞을 것이다. 일부는 그냥 길바닥에서 비박을 하고 있었다. 더구나 대부분이 젊은이들이었다. 어떤 두려움마저 느껴졌다. 6.25 때 인해전술로 밀..

사진속일상 2012.08.04

행단 은행나무

행단(杏壇)에 있는 유일한 은행나무다. 행단이라고 하면 우선 은행나무가 연상되는데, 실제 현지에서는 측백나무만 있어 어리둥절해진다. 이 은행나무로나마 위안을 삼는다. 나무는 두 그루인데 하나는 고사했다. 살아있는 나무에는 '宋銀杏(Ginko of the Song Dynasty)'라는 명찰이 붙어 있다. 송대에 심은 은행나무라는 뜻이겠다. 그렇다면 수령이 1천 년 정도는 되었다. 잠깐 스쳐갔지만 무척 반가웠던 은행나무였다.

천년의나무 2012.08.03

행단 측백나무

중국 곡부에 있는 행단(杏壇)은 '행(杏)'이라는 나무가 있는 공자 학당을 뜻한다. 이 '행(杏)'을 학자에 따라 은행나무로 보는 사람도 있고, 살구나무로 보는 사람도 있다. 어느 나무가 맞는지는 객관적으로 확인할 길이 없다. 그러나 현재 행단은 측백나무에 둘러싸여 있다. 수백 년 된 측백나무들이 숲을 이루고 있다. 이 나무 구경에도 입이 벌어질 정도다. 측백나무는 예로부터 군자의 상징으로 절이나 문묘에 많이 심어왔다. 왕족의 묘지에는 측백나무를 심었다. 행단 주위에 측백나무를 심은 것은 이해가 된다. 군데군데 향나무도 섞여 있다. 이 측백나무 숲을 보면 '행(杏)'이 은행나무냐, 살구나무냐는 논쟁이 무색해진다. 얼마나 믿을 수 있을지 모르지만 여기에는 공자가 직접 심었다는 나무도 있다. '선사수식회(先..

천년의나무 2012.08.03

중국 여행 - 곡부

인류의 스승, 공자의 고향인 곡부(曲阜)를 찾아가는 날이다. 연태에서부터 고속도로를 7시간 넘게 달려야 닿는 먼 거리다. 아침 5시에 숙소를 나섰다. 버스를 교체하는 소동을 겪으며 오후 2시가 되어서야 곡부에 도착했다. 중국의 여름 날씨는 무척 뜨거웠다. 인구 10만 정도의 소도시인 곡부에는 세 개의 대표적인 공자 유적지가 있다. 삼공(三孔)이라 부르는 공묘(孔廟), 공부(孔府), 공림(孔林)이다. 공묘는 공자를 기리는 사당이고, 공부는 공자의 후손들이 살던 지역, 공림은 공자 묘가 있는 숲이다. 삼공은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으로 등록되어 있다. 셋을 거의 달리기 하듯 훑어보는데 세 시간 가까이 걸렸다. 삼공 인근의 거리 모습. 곡부 전체가 온통 이런 기념품 가게들이다. 곡부는 공자로 먹고 산다고 해도 ..

사진속일상 2012.08.03

중국 여행 - 연태

대학 동기 아홉명이 중국 연태와 곡부, 태산을 다녀왔다. 연태 한국학교에 근무하고 있는 친구를 만날 겸 동기들의 친목 해외여행이었다. 산동성에 있는 연태(煙台)시는 한국과 거리가 가까워인지 한국 기업들이 많이 진출해 있고, 골프 여행객들이 많이 찾는 도시다. 발전하고 있는 중국의 모습을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기회였다. 12시에 인천공항에서 출발하는 중국 동방항공편을 이용했다. 연태까지 가는데 꼭 1시간이 걸린다. 제주도에 갈 때 걸리는 시간과 비슷하다. 공항에서 바로 연태 한국학교를 방문했다. 방학중이라 아이들은 없고 교무실에는 일직 근무하는 선생님 두 분만 계셨다. 이 학교는 교민 자녀를 위해 약 10년 전에 세워졌다. 현재 12학년 24학급이 운영되고 있다. 여기에서 근무하는 교사들은 한국에서..

사진속일상 2012.08.02

태산 망인송

1박2일의 태산 등정은 안개에 싸여 산세나 나무를 제대로 보지 못했다. 잠깐이지만 날이 개였을 때 눈에 들어온 나무 중에서 이 소나무가 제일 멋졌다. 망인송(望人松)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었고, 이 나무 앞에는 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절벽에 홀로 우뚝 선 모습이 당당하고 아름다웠다. 이 나무에도 어떤 전설이 깃들여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같은 외국인이 나무에 얽힌 전설까지 알아내는 것은 무리다. 힘든 계단길을 땀 흘리며 올라갈 때 망인송은 그 모습만으로도 발걸음을 가볍게 해 준다.

천년의나무 2012.08.01

태산 오대부송

중국 태산(泰山)을 올라가다 보면 오대부송을 만난다. 계단길 옆에 소나무 두 그루가 있고 안내문이 있다. 한문과 영어로 된 안내문 내용은 대략 이렇다. '기원전 219년에 진시황이 태산을 오르던 중에 갑자기 비를 만났고, 소나무 아래서 비를 피했다. 황제는 고마움의 표시로 이 나무에 오대부(五大夫)라는 벼슬을 내렸다. 지금 보는 나무는 청대인 1730년 경에 심은 것이다.' 우리나라 정이품송과 비슷한 일화를 가졌다. 큰 나라 작은 나라를 불문하고 옛날 제왕들은 벼슬 내리기를 즐겨했는가 보다. 한 번 이런 명칭이 붙으면 사람들이 극진히 보살필 것이다. 비 오는 때에 하필 진시황이 이 나무 아래를 지나고 있었다는 우연이 나무의 운명을 바꾸었다. 우리들 인생사처럼 재미있는 일이다.

천년의나무 2012.08.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