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영 시인의 정의에 따르면 '지식인'이란 '인류의 문제를 자신의 문제처럼 생각하고, 인류의 고민을 자기의 고민처럼 고민하는 사람'이다. 지식을 자신의 이(利)를 탐하는 데 쓰는 사람은 사이비 지식인이요 지식 장사꾼일 따름이다. 우리 시대에 지식인이라는 이름값을 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시인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시인이 쓴 시보다 산문을 읽는 게 훨씬 낫다는 게 내 생각이다. 김수영의 산문을 통해 김수영 정신이 무엇인지를 알 수 있다. 냉철한 현실감각과 날카로운 비판 의식, 자기 성찰, 속물에 대한 경계, 반짝이는 천재성, 유머, 맑은 양심 등, 이번에 시인의 산문을 읽으며 이런 느낌이 들었다. 민음사에서 나온 중 두 번째 권이 산문집이다. 수필과 시론, 평론 등이 실려 있다. 그중에서 1부에 수록된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