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찌뿌듯해서 집에서 쉬다가 불현듯 강화도가 떠올랐다. 해수탕에서 찜질을 하고 싶었고, 또 아내가 며칠 전부터 간장게장을 먹고 싶다고 했던 터였다. 인터넷을 검색하니 초지대교를 건너기 전에 '진천정'이라고 간장게장을 잘 하는 집이 있었다.
먼저 전등사에 들러 절 주위를 산책했다. 여러 번 전등사에 왔지만 절을 둘러싸고 있는 산에 오르지는 못했다. 이름이 정족산(鼎足山)인데 조선시대에 사고(史庫)가 위치해서였는지 산성이 절을 감싸고 있다. 정족산성을 따라 반 바퀴 정도 걸었다. 낮은 산이지만 전등사가 한 눈에 내려다보이는 전망이 좋았다.
내 입에는 약간 비릿했지만 아내는 고소하다며 간장게장을 맛있게 먹었다. 처음으로 밥 한 공기를 다 비웠다. 그 모습을 보니 기쁘기도 하고 안스럽기도 했다. 아내는 말과 행동이 어린 아이로 되돌아가는 것 같다. 이것이 작년에 받았던수술과 어떤 연관이 있는 것 같아 바라보면 마음이 아프다. 둘 다 너무 배가 불러 어두워지는 식당 주변 길을 산책했다. 뿌연 안개가 하루 종일 걷히지 않고 있었다.
다시 초지대교를 넘어가 해수탕과 찜질방에서 네 시간 가까이 놀았다. 내 몸에도 찜질효과가 나타났으면 좋겠다. 집으로 돌아오는 밤 10시의 길은 한적해서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