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여의도를 한 바퀴 돌다

샌. 2009. 11. 21. 19:41



열네 번째 <토요 걷기>는 여의도를 한 바퀴 돌았다. 한강 양화지구 둔치로 나가 여의도 국회의사당 쪽으로 들어가서 시계 방향으로 섬을 일주했다. 거리 약 10 km에 3 시간이 걸렸다.

 

이 정도 걷기에 이젠 허리에 별 무리가 없다. 운동 부족이다보니 몸은 무거웠지만 마음만은 날듯이 가벼웠다. 다른 걱정 없이 온전히 걸을 수 있다는 사실 만으로도 무척 기뻤다. 이제 허리 완쾌를 선언할 때가 되었다.

 

일년 내내 여의도 둔치는 공사하느라 어수선했다. 그래서 거의 여의도에는 나가지 않았는데 다행히 지난 달에 공사가 마무리되고 시민에 개방되었다. 어떻게 변했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기대가 되기도 했는데 사실 속마음으로는 실망스럽지 않을까 걱정이 되었다. 온통 시멘트로 발라놓지 않았을까 염려되었기 때문이다.

 

녹색 면적은전과 크게 달라진 점이 없었다.강쪽의 경사진시멘트 옹벽이 철거되고 대신 잔디를 심은 것은좋았다. 전보다 나무도 많아진 것 같았다. 그리고시민을 위한 편의시설이 많이 들어섰고, 또시설물들이 현대적 감각의 디자인이어서 기분이 상쾌했다. 생각보다는 공사 후의 환경이 좋아져서 다행이었다.

 






연말이 다가올수록 세월은 유수에 비유할 만큼 빨리 흐른다. 그러나 서울의 한강은 유유하다. 내 마음 속 시간의 강물만이 그렇게 조급하게 흐르는가 보다.어느 시인은 어제는 다만 오늘의 기억이고 내일은 다만 오늘의 꿈일 뿐이라고 했다. 쫓기는 것은 내 마음 뿐인 것 같다.

 



강에떠 있는 돔형의 건축물이 무언가 했더니 가까이 가서보니 멋진 공연장이었다.

 



나무가 있는 풍경은 역시 아름답다. 둔치가 개발된지 한참 되었는데 큰 나무가 별로 없는 것은 아쉽다. 지금부터라도 물에 강한 나무들을 많이 심었으면 좋겠다. 한강 둔치에서는 여름이면 그늘 찾기가어렵다.

 



여의도 반대쪽은 아직도 공사중인 구간이 많다. 그래서 샛강 생태공원으로 가는 길은 군데군데 끊어져 있다. 아직 한참 있어야 여의도를 한 바퀴 도는 완전한 길이 열릴 것 같다.

 

샛강 생태공원에는 억새와 갈대가 눈부셨다. 그리고 비교적 큰 나무도 많아서 안에 들면 이곳이 도심인 줄 잊어버리게 된다. 한강에 만든 인공공원 중 가장 자연 그대로의 환경을 유지하는 곳이 이곳 샛강이다. 여기에 오면 늘 기분이 편안해진다.

 







'문화의 다리'라고 이름이 붙은 다리공사 현장을 지나 계속 걸었다. 공원에는 작은 호수도 있고 습지도 잘 보존되어 있다.자연과 문화가 조화되고 어우러진 아름다운 도시를 상상한다.

 





한파의 끝자락이 남아서인지 공기가 차가웠다. 잠바의 털모자를썼다 벗었다 하며걸었다. 날씨 탓인지 토요일 오후지만 사람들은 보기 힘들었다. 멀리 보이는 올림픽대로에는 차들이 끝도 모르게 줄지어 굼벵이걸음을 하고 있었다.

 

거의 석달만의 <토요 걷기>였다. 그러나 세 시간을 걸었을 뿐인데 한창이었을 때 하루 종일 걸었던 것 만큼이나 피곤했다. 그래도 이만큼이나 걸을 수 있음이 얼마나 큰 기쁨인지 모른다. 두 발이 기특해서 한참을 어여삐 내려다 보았다. 다시 걷는 즐거움을 회복한 오늘, 작은 축배라도 들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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