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지 결혼식에 가는 길에 신사동에 있는 도산공원에 들렀다. 도산공원은 도산 안창호 선생과 부인이 잠들어 있는 도심 속의 작은 공원이다.일요일 아침의 공원은 산책 나온 주민들 몇이 있을 뿐 한적했다. 늦가을의 아침 햇살이 만드는 긴 그림자가 더욱 외로움을 느끼게 했다.
사실 N 성당 안에까지 갔다가 이질적인 분위기 탓에뒤돌아 나온 길이었다. 외제차를 타고 우아하게 내리는 사람들의 행렬에서 내가 있을 곳이 아닌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오랜만에 강남길을 걸으며 뭐라고 설명하기 어려운 복잡한 감정에 휩싸였다.거기에는 선망과 질투도 포함되어 있었을 것이다. 막 산책을 끝낸 듯한운동복 차림의 중년의 부부가 다정하게 손을 잡고 고급스러워 보이는 한우집으로 들어가는 것을 본다. 이제 부자들은 우아하고 품위 있게 산다. 얼굴에는 교양미가 넘치고 미소는 온화하고 여유 있다. 생존을 위해 악다구니를 쳐야 하는 것은 가난한 이들이다. 그리고 더 심각한 문제는 그런 계층화나 신분화가 대물림으로 세습된다는 것이다. 어떤 사람은 너무 많이 가지고 있고, 어떤 사람은 너무 적게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런 차이가 어느 부모에게서 태어나는 것으로 결정되어진다. 대부분이 가난한 집안 출신인 학교의 아이들이 떠올라 마음이 아팠다. 발버둥치지만 그들의 꿈은 가련한 희망만으로 그치는 경우가 많다.
도산은 나라를 식민 지배에서 해방시키기 위해 목숨을 바쳐 싸웠다. 반면에 자신을 보신하는데 급급하고,일제에 협조하며 일신의 영광을 위해 민족을 배반한 무리도 많았다. 공원 복판에서 강남의 빌딩을 바라보며 서 계신 도산 선생은 과연 무슨 생각을 하고 계실까? 자본에 의해 세뇌된 우리 마음의 식민화를 걱정하고 계시지는 않을까? 번쩍이고 화려한 서울의 겉모습을 결코 흐뭇하게 바라보시지만은 않을 것 같다.
"眞理는 반드시 따르는 자가 있고, 正義는 반드시 이루는 날이 있다. 죽더라도 거짓이 없으라." - 島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