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가을의 향기

샌. 2009. 11. 14. 16:23



허리를 위해서는 움직이지 않아야 했으나 저무는 가을이 너무 아쉬웠다. 그러나 멀리 나가지는 못하고집 뒤의 산길을 걸었다. 어제 늦가을 비가 내린 뒤 공기는맑고 상쾌했다. 가을산에서는 온갖 열매며 낙엽에서 나는 향기가 그윽했다. 발 밑에서는 바스락거리며 낙엽들이 울었다. 이때쯤이면 벌써 잎을 다 떠나보낸 나무도 있지만 늦게까지 화려한 단풍을 자랑하는 나무도 있다. 올해의 마지막이 될지 모를 아름다운 가을의 풍경을 오감으로 느끼며 마음에 담았다.

 

가을 숲이 그저 곱기만 한 것은 아니다. 거기에는 숙연함이 있고 외로움과 쓸쓸함이 있다. 그래서 가을은 더욱 아름답다. 태어나고 소멸되어 가는 자연의 섭리를 가장 잘 보여주는 계절이 가을이다. 그러면서도 나무들은 의연하고 당당하다. 주저없이 버릴 줄 알고, 그리고 다음을 기다릴 줄 안다. 가을 산길을 걸으며 사람들은 나무가 주는 가르침에 동화되지 않을 수 없다. 사람들이 가을산을 찾는 것은 오직 울긋불긋한 단풍구경을 하기만은 아닐 것이다.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고, 오늘 웃는 사람은 내일은 우는 게 인생이다. 봄이 오면 새 잎이 돋아나지만 때가 되면 이별의 준비를 해야 한다. 자연에도 인간에도 영고성쇄는 반복된다. 중요한 것은 그런 변화를 받아들이는 마음가짐이다.어느 하나에 집착함이 없는 자유다. 그러면 더 이상 오르막이나 내리막, 웃음과 울음의 구별이 없어진다.

 

작은 경사길을 오르는데도 숨이 찼다. 내려갈 때는 미끄러지지 않을까 신경이 쓰였다. 아직도 몸이 회복되지 않아 쉬운 길을 찾아 걷지만 여간 조심되는 게 아니었다. 어쩔 수 없는 일이었긴 해도 느릿느릿 걷는 즐거움을 누린 시간이었다. 더구나 가을 속이었다. 고맙게도 조물주께서는 작고 하찮게 보이는 것들에도 반짝이는 보물를 숨겨 주셨다. 볼 눈이 있는 사람은 어디에서도 그 보물을 찾고 즐거워하게 마련이다. 이것 또한 가을의 선물이 아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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