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눈이 와요!"
유리창 밖으로 세찬 바람에 흩날리는 눈송이가 보였다. 첫눈이었다. 그러나 심술궂은 바람은 지상에 내려앉으려는 눈송이들을 사정없이 휘몰아대고 있었다.
기상청 발표로는 올해 서울 지방 첫눈은 11월 초에 내렸다. 그러나 새벽에 잠시 뿌린 눈을 본 사람은 거의 없었다. 시각으로 느껴지는 첫눈은 12월 들어서야 늦게 찾아온 셈이다. 그것도 땅에는 아무 흔적도 남기지 못한 채....
아침에 일어나니 멀리 북한산에 첫눈의 소식이 남아있다. 마치 누군가가 흰색 물감으로 부드럽게 색칠한것 같다. 지난 겨울에 걸었던 히말라야의 설산이 아련히 떠오른다. 창을 여니 쨍 하니 밀려오는 한기에 정신이 번쩍 든다. 산은 멀고, 오늘은 그냥 집에서 푹 쉬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