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양반! 저짝으로 쪼깐 돌아서 갑시다
어칳게 그란다요. 뻐스가 머 택신지 아요?
아따 늙은이가 물팍이 애링께 그라재
쓰잘데기 읎는 소리하지 마시요
저번착에 기사는 돌아 가듬마는
그 기사가 미쳤능갑소.....,
노인네 갈수록 눈이 어둡당께.
저번착에도 내가 모셔다 드렸는디
- 아름다운 위반 / 이대흠
가슴이 따스해지는 시다. 또 귀에 착착 엥기는 전라도 사투리가 시의 맛을 더해준다. '늙은이가 물팍이 애링께 그라재'라는 노인네는 고향에 계신 우리들의 어머님, 아버님이시다. 운전기사는 겉으로는 면박을 주지만 속으로는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고 눈이 어두워가는 노인을 보며 마음 아파한다. 이런 시를 읽으면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지를 다시 생각해 보게 된다. 그걸 '연민'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아파하는 사람이나 생명을 껴안으며 같이 아파하는 것, 우산을 건네주는 대신 함께 비를 맞으며 걸어가는 것이 연민이 아닐까. 인간의 마음에서 연민이 사라지는 날, 악마는 승리의 미소를 지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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