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었던 사람의 등을 보거나
사랑하는 이의 무관심에 다친 마음 펴지지 않을 때
누구나 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
두 번이나 세 번, 아니 그 이상으로 몇 번쯤
더 그렇게 마음속으로 중얼거려 보라
실제로 누구나 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
지금 사랑에 빠져 있거나 설령 심지 굳은 누군가 함께 있다 해도
다 허상일 뿐 완전한 반려(伴侶)란 없다
겨울을 뚫고 핀 개나리의 샛노랑이 우리 눈을 끌 듯
한때의 초록이 들판을 물들이듯 그렇듯 순간일 뿐
청춘이 영원하지 않은 것처럼
그 무엇도 완전히 함께 있을 수 있는 것이란 없다
함께 한다는 건 이해한다는 말
그러나 누가 나를 온전히 이해할 수 있는가
얼마쯤 쓸쓸하거나 아니면 서러운 마음이 짠 소금물처럼
내밀한 가슴 속살을 저며 놓은다 해도 수긍해야 할 일
어차피 수긍할 수밖에 없는 일
상투적으로 말해 삶이란 그런 것 인생이란 다 그런 것
누구나 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
그러나 혼자가 주는 텅 빔
텅 빈 것의 그 가득한 여운 그것을 사랑하라
숭숭 구멍 뚫린 천장을 통해 바라보는
밤하늘 같은 투명한 슬픔 같은 혼자만의 시간에 길들라
별들은 멀고 먼 거리, 시간이라 할 수 없는
수많은 세월 너머 저 홀로 반짝이고 있지 않은가
반짝이는 것은 그렇듯 다 혼자다
가을날 길을 묻는 나그네처럼
텅 빈 수숫대처럼 온몸에 바람소릴 챙겨 넣고 떠나라
- 누구나 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 / 김재진
10여 년 전 베스트셀러가 되었던 시집의 표제시다. 당시 나에게도 쓸쓸하고 외로웠던 마음을 단비처럼 적셔주던 시였다. '누구나 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라는 그 말 하나로도 따뜻한 위안이 되었다. 아마 이 시를 읽으며 남몰래 눈물 몇 방울 흘리기도 했을 것이다.
오랜만에 다시 읽어보아도 역시 따스하게 다가온다. 아무리 외롭고 아파도 세상을 아름답게 살고 싶어진다. 저 하늘의 별처럼, 반짝이는 것은 다 혼자라고 하지 않는가. 인간은 본질적으로 무상(無常)의 바다에 떠 있는 고독한 존재다. 그것을 긍정하고 받아들일 때 내 마음 속에서는 한 송이 꽃이 피어난다.
그러므로 당신, 지금 아프고 힘들어도 힘을 내시길..... "누구나 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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