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읽는기쁨

제비 / 최종진

샌. 2009. 9. 19. 19:11

집으로 들어오는 전깃줄 하나

날갯죽지 맞대고 촘촘히 앉아

도무지 알아듣지 못할 소리로

이른 아침부터 시부렁거렸지

 

저새끼좆나게늦잠자네 하는 것 같기도 하고

니기미씨팔니기미씨팔 하는 것 같기도 해서

야야, 오늘은 일요일이야

늦잠 좀 자면 안되겠나 사정도 해쌌는데

 

그 사이 세월이 얼마나 흘렀다고

흐릿한 눈 비비고 보고 닦고 봐도

텅 빈 전깃줄엔 눈물만 그렁그렁 달려 있어

니 어디 갔노, 안 보이네

 

어이, 씨팔

제발 다시 돌아와 그때처럼

니기미씨팔니기미씨팔

욕 한번 신나게 해주면 안 되겠나

 

- 제비 / 최종진

 

그 많던 제비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그 시절 제비는 새가 아니라 식구였다. 제비는 꼭 사람 사는 집에다 자기들 집을 지었다. 어느 해는 하필 밥 먹는 자리위에 제비집을 만들어 놓고는 우리들 저녁 먹는 모습을 내려다보며 자기들도 같이 식사자리를 만들었다. 그때 사람들은 가난했어도 관대하고 여유가 있었다. 제비가 밥상 위로 똥을 싸고 지나가도 눈 한번 흘겨보면 그만이었다.

 

언젠가 한강에 나갔는데비둘기가 갑자기 날아오르자 아이가 질겁을 하며 도망치는 것이었다. 왜 그러냐 했더니 비둘기가 더러워서 그렇다는 것이다. 비둘기 몸에는 세균이 많다나 어떻다나, 이런 환장할, 아이들한테 가르쳐주는 것이 고작 이런 것이다. 전에 살던 아파트 단지에서는 '비둘기에 먹이를 주지 맙시다'라는 공고문이 붙기도 했다. 비둘기가 똥을 싸서 단지가 더려워진다는 것이 이유였다. 제비를쫓아버리더니 이젠 도시에 올라와서 비둘기마저 말살시키려 든다. 그런 것들이 어디 제비나 비둘기만이랴? 갯벌을 메우고, 강물을 가두고, 그리고 시멘트로 덮인 회색 도시에서 당신은 얼마나 편하고 안락하게 살고 싶은가. 정말로 지랄 같은 세상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