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비바람 속의 일요일

샌. 2009. 7. 12. 20:49



새벽 빗소리에 잠이 깨다.

빗소리는 어느 음악보다 감미롭다. 빗소리는 또한 이런저런 상념에 젖게 한다.

비가 들이치지 않게 창문을 조금 열고 잠자리에 그대로 누워 자연이 주는 운율을 감상한다.

출근할 걱정이 없는 비 오는 일요일은 행복하다.

비 내리는 휴일은 빈둥거리기 좋은 날이다.

책을 보다가 졸리면잔다. 비 오는 날은 커피도 더욱 제 맛이 난다. 오징어를 씹으며 멍하니 TV 앞에 앉아있기도 한다.

그러다가 출출하면 부침개를 부쳐 먹는다.

그러면서 오늘은 책 한 권을 다 읽었다. '인드로이드는 전기양을 꿈꾸는가'라는 SF 소설이었다.

오후에는 비가 잦아든 대신 바람이 요란하다.

20층 아파트의 유리창을 깨뜨릴 듯 포효하면 지나간다.

빗소리처럼 로맨틱하지는 않지만 자연의 위력을 느끼기에는 거센 바람만한 게 없다.

거침없는 대기의 거친 숨결이 어떤 면에서는 고맙다.

어떤 일이 이루어지기를 기다리는 마음도 바람이라고 한다.

그러니 바람은 내 마음 속에 부는 바람이다. 바람이 바람과 발음이 같은 것은 어떤 의미가 있을 것 같다.

그래도 내 마음 속의 바람은 질풍노도가 아니었으면 좋겠다.

가녀린 나뭇잎과 희롱할정도의 연한산들바람이었으면 좋겠다.

저녁이 되니 비도 바람도 잠잠해진다.

세차고 강한 것이 오래 갈 수는 없다. 그것이 자연의 이치다.

만물은 동적 원리에 따라 결국은 본래의 자리로 돌아오게 되어 있다.

그러니 크게 안달할 필요가 없다. 그러함 역시 자연의 일부분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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