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신두리 해안사구

샌. 2009. 7. 18. 14:43



하늘은 잔뜩 흐렸고 가는 비도 내렸다. 신두리 해안의 모래언덕[沙丘]과 잘 어울리는 날씨였다. 만약 바람까지 불었더라면 금상첨화였을 것이었다.

 

신두리 모래언덕은 익숙한 풍경이 아니다. 마치 낯선 행성에 불시착한 느낌을 받는다. 신두리 모래언덕은 황량하면서 쓸쓸하다. 그러나 그곳은 모래땅에서 살아가는 질긴 생명력이 가득한 곳이기도 하다.

 

쓸쓸하고 외로운 사람은 신두리 모래언덕을 찾아보라. 너른 벌판에 서서 홀로 바람을 맞아보라. 인생이란 원래 그렇게 쓸쓸한 것이라고 바람이 말하는 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이다. 쓸쓸한 사람이 따스한 자연의 위로를 받을 수 있는 곳이 여기다.

 

해안사구(海岸沙丘)는 해류에 의해 운반된 모래가 바람의 작용을 받아 낮은 구릉 모양으로 쌓여서 만들어진 해안지형이다. 태안군 원북면 신두리에 있는 이곳 해안사구는 북서풍이 강해게 부는 지형조건으로 인해 우리나라에서 가장 잘 발달되어 있다. 해안선을 따라 길이 3.4 km, 너비 500 m - 1.3 km의 남북으로 뻗은 사구지대는넓은 벌판으로 느껴질 정도로 크다.

 

신두리 해안사구에는 모래땅 위에 여러 종류의 동식물이 살고 있다. 사막이 아니라 넓은 초지를 연상하면 된다. 그런데 내륙 지방에 사는 사람에게는 대부분이 눈에 익지 않아서 더욱 이국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 신두리 해안사구는 천연기념물 431호로 지정되어 보호되고 있다.

 























3 년 전에 찾았을 때는 그래도 한적했었는데 이번에는 휴양시설이 들어서면서 사구지대가 많이 훼손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때 저녁 노을을 보며앉아 있었던 한적했던 곳은 지금은 리조트 건물이 들어서서 북적거렸다. 사구에 잇따라 있는 모래사장은 최고의 해수욕장 조건을 갖추었지만 제발 무분별한 개발은 안 했으면 좋겠다. 지금 이 상태로나마 잘 보존되었으면 하는 희망이다. 나 역시 쓸데 없는 자동차 바퀴자국과 발자국을 내지 않기 위해서라도 오락 삼아 찾는 일은 삼가야겠다. 마음이 쓸쓸하고 외로워 견디기 힘들 때 남 몰래 가만히 다녀오는 장소로 아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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