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우이령을 넘다

샌. 2009. 7. 21. 10:56



우이령이 41년 만에 시민 품으로 돌아왔다. 서울 우이동과 양주시 교현리를 연결하는 우이령은 1968년 1월에 청와대를 습격하기 위해 무장공비가 침투한 길로 이용되면서 폐쇄되었다. 북한산과 도봉산 사이에 있는 이 길은 예전에는 경기도 사람들이 서울로 오갈 때 이용한 주요 통로였다. 우이령(牛耳嶺)이라는 이름은 길 모양이 쇠귀를 닮아서 붙여진 것이라고 한다.

 

개방 기념으로 오는 26일까지만 자유롭게 통행을 허용하고, 그 뒤부터는 예약을 통해 제한된 숫자만 받는다고 한다. 그래서 어제는 아내와 함께 우이령에 다녀왔다. 우이동 입구에서 교현리까지 간 뒤 다시 우이동으로 돌아왔다. 우이령길을 왕복한 셈이다. 걸은 거리는 약 13 km, 3시간 30분이 걸렸다.

 

우이령에 들기 위해서는 버스에서 내려 소란한 음식점 골목을 한참을 지나가야 한다. 숯불구이, 장어구이 등등 산 밑에 무슨 고깃집들이 그렇게 많은지 다시금 놀랐다. 그러나 고운 흙길에 들면 별세상에 온 것 같다. 길은 차량 통행이 가능할 정도로 넓고 깨끗했다. 많은 사람들이 신발을 벗고 맨발로 걸었다. 그러나 평일이었는데도 사람들이많아서 조용히 산길을 즐기는 분위기는 못 되었다.

 







도봉산의 오봉이 정면으로 바라보이는 지점이 조망이 가장 좋았다. 이곳에는 전망대 데크가 마련되어 있다.

 



우이령을 실제로 걸어보고는 실망하는 사람도 더럿 있는 것 같다. 너무 평이하다든지, 또는 길 이외의 지역에는 들어가지 못하는 답답함 등 개인마다 아쉬운 점은 있을 것이다. 그래도 산을 가로지르는약 7 km에 이르는 이만한 부드러운 흙길을 어디서 만날 것인가. 앞으로도 이 상태 그대로 잘 지켜젔으면 좋겠다.

 

길에서는 전 직장의 동료를 만나기도 했다. 중학생 아들을 데리고 나온 그는 역시 날카롭고 씩씩했다.

 

고갯마루에서 기념 사진을 한 장 찍었다. '바우고개 언덕을 혼자 넘나니 옛님이 그리워 눈물납니다'라는 노래의 무대가 이곳이라는 설도 있다. 우이령은 일년에 한 번씩 개방될 때마다 꼭 찾고 싶었는데 이제는 상시로 갈 수 있는 곳이 되었다.길을 걷는 내내 감회가 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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