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나침반

장자[55]

샌. 2008. 12. 30. 17:30

지극하고 올바른 자는

천성 그대로를 잃지 않는다.

그러므로 발가락이 붙은 네 발가락을 병신이라 하지 않고

손가락이 하나 더 붙은 육손이를 병신이라 하지 않는다.

긴 것을 넘친다고 하지 않고

짧은 것을 부족하다고 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오리는 비록 다리가 짧지만 이어주면 괴로워하고

학은 비록 다리가 길지만 잘라주면 슬퍼한다.

그러므로 본성이 긴 것은 잘라내지 않아야 하며

본성이 짧은 것은 이어주지 않아야 한다.

아무런 조처도 없어야 걱정을 없앨 수 있다.

 

彼至正者

不失其性命之情

故合者不爲변

故枝者不爲변

長者不爲有餘

短者不爲不足

是故鳧脛雖短 續之則憂

鶴脛雖長 短之則悲

故性長非所短

性短非所續

無所去憂也

 

- 변무 1

 

'Let It Be'의 장자 철학이 계속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유가의 인의(仁義)가 군더더기에 불과하다는 주장이지만 주변을 돌아보면 그런 것들이 한두 가지가 아님을 알 수 있다. 오리의 다리가 짧다고 늘리려 하고, 학의 다리가 길다고 자르려는어리석은 행동을 우리는 수도 없이 하고 있다.

 

사람에게는 누구에게나 공통되는 본성이 있지만 각 개인에게도 하늘로부터 받은 고유의 본성과 자질이 있다. 오리도 있고 학도 있는 것이다. 오리는 오리로서자라야 하고, 학은 학답게 자라야 하는 것이 자연의 원리이다. 그러나 현재의 교육제도는 그런 특성을 무시하고하나의 표준화된 인간을 만들려고 한다. 즉, 지금의 산업사회에 맞는 인간형을 길러내는 것이 교육의 목표가 되었다. 그것은 학부모도 마찬가지다. 자식의 자질이나 희망은 어떠하든 오직 남보다 뛰어나고 장래가 보장되는대학과 학과에 넣으려고 안달이다. 그러다 보니 무리수를 쓸 수밖에 없고 어떤 경우는 자식의 앞길을 부모가 망치기도 한다. 그것은 굼벵이를 보고 달리라 하고, 닭을 보고 날아다니라고 강요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우리 사회의 많은 사람들이 지금 일류와 명품병에 걸려 있다. 일류 대학, 일류 직업을 목표로 어릴 때부터 자식과 함께 뛰는 부모가 많다. 그것이 진정 자식과 자신을 위하는 길인지는 별로 숙고하지 않는다. 다만 남들이 다 그렇게 하니까 뒤쳐지는 것이 두려워 가만 있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피 터지게 노력하고 싸워봐야 일등이 되는 사람은 극소수일 뿐이다.모든 사람이 일등이 될 수는 없다. 그러므로 우리들은 어떤 면에서 이런 경쟁 체제의 희생자들이면서 공범자들이다. 오리는 오리로서, 학은 학으로서 대접 받는 사회가 이루어지지 않는 한 이런 미친 경쟁판은 사라지지 않을 것 같다.

 

장자는 인간 본성에 배치되는 모든 인위적인 장치들을 배격한다. 그것들은 인간의 참삶과 행복을 해치는 방해물들이기 때문이다. 어떤 면에서 장자는 무정부주의자면서 모든 인위적 규범에 반대하는 인간해방주의자다. 그러나 장자는 사회 개혁보다는 개인의 내면적 혁명을 중요시한다. 내가 먼저 도(道)의 길에 설 수 있어야 자신이 행복할 뿐이 아니라 또한세상을 바꿀 수 있는 씨앗이 된다고 말한다.

 

나는 다른 사람들보다 일찍 머리가 하얗게 세었는데 나이가 실제보다 10 년은 더 들어보인다. 그러다보니 사람들로부터 왜 염색을 하지 않느냐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 그럴 때마다 나는 생긴대로 살겠다며 씩 웃어준다.사실 염색할 필요성을 아직 한 번도 느껴보지 못했다. 나로서는 나이 들어 보이는 게 좋은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피곤할 때는 지하철 경로석에 앉아도 아무 부담이 없고, 어떤 역무원은 공짜 티켓도 주려고 하는데 양심상 그것은 사양하고 있다. 나는 도리어나이들어 보이는 흰머리를 즐기고 있다. 그것이 나에게 주어지는 변화나 운명에 순응하는 자세가 아닐까고 생각한다. 이것도 장자가 가르쳐준 지혜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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