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나침반

장자[56]

샌. 2009. 1. 3. 08:56

백이는 수양산 아래서 이름을 위해 죽었고

도척은 태산 위에서 이익을 위해 죽었다.

두 사람이 죽은 것은 달라도

생명을 해치고 천성을 상하게 한 점은 같다.

그런데 왜 백이는 옳고

도척은 그르다고 하는가?

천하 사람은 모두 죽는다.

그런데 세속에서는 인의를 위해 몸을 죽이면

군자라 하고,

재물을 위해 몸을 죽이면

소인이라 한다.

목숨을 해치고 본성을 상하게 한 것은 다 같은데

군자가 되기도 하고, 소인이 되기도 한다.

생명을 죽이고 천성을 해친 것은

도척도 백이도 마찬가지인데

또 어찌 군자와 소인으로 차별을 두는가?

 

伯夷死名於首陽之下

盜척死利於東陵之上

二人者所死不同

其於殘生傷性均也

奚必伯夷之是

而盜척之非乎

天下盡殉也

彼其所殉仁義也

則俗謂之君子

其所殉貨財也

則俗謂之小人

其殉一也

則有君子焉 有小人焉

若其殘生損性

則盜척亦伯夷已

又惡取君子小人於其間哉

 

- 변무 2

 

여기서는 다른 무엇보다도우선적으로 생명을 중시하는 장자의 생각을 읽을 수 있다. 사상이나 종교, 이념이 인간 생명보다 우선시될 수는 없다. 그래서 장자는 백이와 도척도 자신의 천성을 스스로 해친 점에서는 서로 다르지 않다고 보았다.예를 들어 양을 키우는 두 사람이 있었는데 한 사람은 책을 보며 공부를 하다가 양을 잃었고, 다른 사람은 윷놀이를 하며 놀다가 양을 잃었다. 두 사람의 한 일은 같지 않지만 그들이 양을 잃어버린 것은 동일하다. 장자가 중시한 것은 양을 잃었다는 사실이다. 선비는 이름을 위해 몸을 죽이고, 소인은 이(利)를 위해 몸을 죽인다. 모두가 본성을 해쳐 몸을 죽게 했다는 점에서는 마찬가지로 비난을 받아야 한다.

 

장자와 닮은 사상가로 비슷한 시대에 양주(楊朱)가 있다. 보통 그의 사상을 위아주의(爲我主義)라고 하는데 흔히 이기주의와 혼동하기도 한다. 특히 맹자가 심하게 비판했다. 그러나 다른 무엇보다도 생명을 소중하게 생각한다는 점에서는 장자의 사상과 가깝다.

 

열자(列子) 양주편에이런 말이 있다.

 

'사람마다 자기의 털 한 오라기를 훼손하지 않고 사람마다 천하를 이롭게 해보겠다고 나서지 않는다면 천하는 저절로 안정될 것이다.'

人人不損一毫 人人不利天下 天下治矣

 

양주는 다른 사람의 생명은 무시하고 자신의 이익만 추구하는 사람은 아니었다. 양주의 기본 정신은 사람들이 각자 자신의 생명을 소중히 가꾸고 다른 사람들에게 간섭하지 들려하지 않으면 천하는 저절로 안정될 수 있다는 것이다. 쓸데없는 인위적인 간섭이 도리어 세상을 혼란하게 한다. 재물이나 명예와 같은 외물 때문에 자신의 온전한 삶이 희생되어서는 안 된다. 그는 체계 잡힌 국가의 통치가 도리어 개인을 구속할 수 있음을 염려했다. 그러나 천하를 편력하며 난세를 구하겠다고 애쓴 공맹의 입장에서는 마땅찮게 생각되었던 것은 당연한지 모른다.

 

장자의 입장도 양주와 비슷한 경물중생(輕物重生)이다. 즉, 외물을 가볍게 여기고 생명을 중시한다는 뜻이다. 여기서 외물은 물질만이 아니라 인간의 지식이나가치관도 포함된다. 이런 장자의 생명 존중, 개인 존중 사상은 지금과 같은 치열한 경쟁의 사회 안에 살면서상처를 입지 않고온전한 삶을 실현할 수 있는지를 가르쳐 준다. 전국시대에 못지 않은 지금 이 시대의 혼란 속에서는 더욱 그러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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