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나침반

장자[57]

샌. 2009. 1. 24. 15:55

내가 말하는 선이란

인의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의 본성과 천명대로 방임하는 것뿐이다.

내가 말하는 귀 밝음이란 저들의 귀로 듣는 것이 아니라

자기의 귀로 듣는 것을 말한다.

내가 말하는 눈 밝음이란 저들의 눈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자기의 눈으로 보는 것을 말한다.

대저 스스로 보지 않고 남의 눈으로 보고

스스로 만족하지 않고 남으로 만족하는 것은

남의 만족으로 만족할 뿐

자기의 만족을 스스로 얻지 못하는 자들이며,

남들이 가는 곳으로 갈 뿐

자기의 갈 길을 가지 못하는 자들이다.

 

吾所謂臧者

非所謂仁義之謂也

任其性命之情而已矣

吾所謂聰者 非謂其聞彼也

自聞而已矣

吾所謂明者 非謂其見彼也

自見而已矣

夫不自見而見彼

不自得 而得彼者

是得人之得

而不自得其得者也

適人之適

而不自適其適者也

 

- 변무 3

 

장자가 보기에 인간의 욕망이나 사회의 제도, 이념들은 인간의 참 삶을 옭매는 수단으로 작용한다. '온전한 삶'[全生]이란 그런 데서 벗어나 자유로워지는 데에 있다. 그런 점에서는 자신의 탐욕을 다스리지 못했던 도척이나, 불사이군(不事二君)의 명분에 사로잡혀 수양산에서 굶어죽은 백이숙제나 거짓된 삶을 산 것은 마찬가지다.

 

장자 시대와 달리현대의 특징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돈의 노예가 되어 있다는 것이다. 자본의 위력은 너무나 깊고 광범위하게 우리를 압박하고 있다. 여기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현대인은 거의 없다. 돈이면 무엇이라도 다 할 수 있고 행복이라도 살 것 같아 보이지만 돈은 결국 부메랑이 되어 인간을 피폐화 시킨다. 장자적 관점에서 본다면현대의 성공한삶이란 돈에서 얼마나 자유로울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고 볼 수 있다. 아마 그런 삶은 도시에서는 거의 불가능할 것이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내면의 소리를 따르며 진정한 'My Way'를 가는 것이다. 예스맨이 되어 세상의 흐름만 따라서는 자신만의 참 삶을 살 수가 없다. 그것은 남의 만족을 자신의 만족으로 착각하는 값싼 행복일 뿐이다. 지상에서의 생을 마칠 때 아쉬움 없이 흐뭇하게 안녕을 고할 수 있기 위해서는 자신만의 'My Way'를 찾아야 한다. 귀 밝음이란 저들의 귀로 듣는 것이 아니라 자기의 귀로 듣는 것이다. 눈 밝음이란 저들의 눈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자기의 눈으로 보는 것이다.

 

장자를 읽다 보면 이렇듯 밖으로 향하던 시선이 안으로 돌아오게 된다. 세상적 욕망 충족이 아니라 내면 세계의 평화와 조화에서 행복을 찾게 된다. 그렇다고 완전히 세상을 무시할 수는 없다. 세상에 대한 관심 역시 중요한 일이다. 그러나 거기에 매몰되지 않고 자신의 중심을 지키며 세상 속을 살아가는 일이야말로 장자가 바라는 이상적인 삶이 아닌가고 생각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자기 자신이 바로 서는 일이다. 개인이 변하지 않는 한 사회는 달라지지 않는다. 그것이 정치 개혁을 통해 세상을 다스리려 한 공자와 다른 점이다.

 

'삶의나침반'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장자[59]  (0) 2009.02.11
장자[58]  (0) 2009.02.01
장자[56]  (0) 2009.01.03
장자[55]  (0) 2008.12.30
장자[54]  (0) 2008.1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