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나침반

장자[59]

샌. 2009. 2. 11. 08:37

소박한 자연을 헤쳐 그릇을 만든 것은

장인의 죄이며,

도덕을 헐어 인의를 만든 것은

성인의 잘못이다.

 

夫殘樸而爲器

工匠之罪也

毁道德而爲仁義

聖人之過也

 

-馬蹄 2

 

자본주의의 가장 큰 폐해는 자본화 할 수 없는 것을 자본화 시키고 사적 욕망 달성의 수단으로 삼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땅이나 물과 같은 자연물은 공공의 영역이지 이윤 추구의 대상이 아니다. 생명이나 사람도 마찬가지다. 자본주의는 인간마저도 자원으로 취급해 상품화 시킨다. 오직 실용적 가치의 관점에서 인간을 평가한다. 그런 사회에서 가장 잘 쓰는 말이 '경쟁과 능력'이다. 그래서 시대가 요구하는 그릇, 쓸모 있는 인간이 되기 위해 너나없이 경쟁판에 뛰어든다. 그러나 과도한 경쟁이 청소년의 인성을 어떻게 파괴하는지에 대해서는 별 관심이 없다.

 

이 글에서 장자가 비판한 '그릇'[器]이 그런 의미라고 여겨진다. '통나무'[樸]는 아직 분화되거나 실용적 의미를 갖기 이전의 본원적 가치의 상태다. 지식과 지혜가 늘면서 '器'를 중시하는 세상이 되면 자연히 '樸'은 소홀하게 되고 무시된다. 근원에서 멀어지면 세상은 험해질 수밖에 없다.

 

축산업자가 이윤을 높이기 위해 소의 본성과는 배치되게 육식성 사료를 먹임으로써 광우병이 생긴 게 대표적인 예다. 사람이나 생명, 나아가 자연을 자본의 축적이나 이윤 추구의 수단으로 삼는 이런 '器'의 가치관이 생명 경시나 자연 파괴로 이어지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장자는 이미 2천여 년 전에 인간의 무한 욕망과 얕은 지혜의 위험성에 대해 경고를 하고 있다. '器'에서 '樸'으로의 가치관 회복이야말로 우리 시대의 중차대한 과제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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