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나침반

장자[61]

샌. 2009. 2. 20. 18:45

옛날 도척의 무리들이 도척에게 물었다.

"공구의 무리들은 도가 있는데 도둑질에도 도가 있습니까?"

도척이 답했다. "어디를 간들 도가 없겠느냐?

남의 집 안에 감춰진 재물을 짐작해 알아내는 것은 성(聖)이요,

먼저 들어가는 것은 용(勇)이요,

뒤에 나오는 것은 의(義)요,

도둑질의 가부를 아는 것은 지(知)요,

도둑질한 것을 고르게 나누는 것은 인(仁)이다.

이 다섯 가지 도(道)를 갖추지 않고 대도(大盜)가 된 자가 천하에 없었다."

 

故盜척之徒 問於척曰

盜亦有道乎

척曰 何適而無有道邪

夫妄意室中之藏 聖也

入先 勇也

出後 義也

知可否 知也

分均 仁也

五者不備 而能成大盜者

天下未之有也

 

- 거협 2

 

도둑에게도 도가 있다는 비아냥은 세상의 도덕이나 법률에 대한 장자의 혐오를 나타내는 표현이다. 윤리를 강조하고 정의를 부르짖는 이면에는 지배층의 교활한 꿍꿍이속이 있음을 장자는 간파하고 있다.

 

세상의 법과 질서는 겉으로는 약자를 보호해 주는 것 같지만 실은 권력을 가진 자들의 방패막이 되는 경우가 흔하다. 멀리 갈 필요도 없이 최근에 발생한 용산 사태를 국가기관이 어떻게 처리했는지를 보면 자명한 일이다.돈 몇 만원을 훔치면 감옥에 가지만, 몇 백억을 해먹은 자들은 교묘하게 빠져 나온다. 더우기 나라를 훔친 자는 영웅이 된다. 장자는 이런 사회적 모순과 부조리를 근본적으로 무력화시키려 했다.

 

그래서 장자는 세속의 권력을 싫어했고, 그 권력에 기대어 세상을 바꾸려는 노력 또한 헛된 짓이라고 보았다. 이 글에서처럼 유가의 도나 도척의 도나 매일반이라고 말 한 것이다. 또 성인이 없어져야 도둑도 사라지고 천하가 비로소 다스려질 것이라고도 했다.

 

여기서 도척이 도둑질을 도에 비유해서 하는 설명은 우리들 입장으로 대치시켜도 무방해 보인다. 그럴 듯한 명분과 미사여구로 포장되어 있지만 우리들의 행위 역시 근본적으로는 도적질에 해당되는 것이 많지 않을까? 다만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모르는 척, 아닌 척 하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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