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나침반

장자[58]

샌. 2009. 2. 1. 18:53

저들 민중에게는 자연의 변하지 않는 성품이 있다.

베를 짜서 입고, 밭을 갈아먹으니

이것을 '대동 사회의 덕'이라고 말한다.

하나같이 평등하고 집단에 묶이지 않으니

이것을 '자연의 해방'이라고 말한다.

그러므로 덕이 지극했던 세상에서는 거동이 편안했고

생활이 순박하고 한결같았다.

그 당시에는 산에는 길이 없었고

못에는 배와 다리도 없었고

만물이 무리 지어 살듯이

사람들은 '마을공동체'를 이루고 살았고,

금수는 무리를 이루고 초목은 잘 자랐다.

그러므로 금수에 굴레를 씌워 같이 놀 수 있었고

때까치 둥지에 올라가 엿볼 수도 있었다.

덕이 지극한 세상에서는 금수와 더불어 살았고

가족처럼 만물과 어울려 벗이 되었으니

어찌 군자와 소인의 차별을 알겠는가?

똑같이 무지했으니

그 덕을 잃지 않았고

똑같이 무욕했으니

소박하다고 말하며

소박했으므로 백성의 성품은 덕성스러웠던 것이다.

 

彼民有常性

織而衣 耕而食

是謂同德

一而不黨

名曰天放

故至德之世 其行진진

其視顚顚

當是時也 山無磎隧

澤無舟梁

萬物群生

連屬其鄕

禽獸成群 草木遂長

是故禽獸可係?而遊

鳥鵲之巢可攀援而窺

夫至德之世 同與禽獸居

族與萬物竝

惡乎知君子小人哉

同乎無知

其德不離

同乎無欲

是謂素樸

素樸而民性得矣

 

-馬蹄 1

 

이 글은 마치 에덴동산을 묘사한 것 같다. 인류 역사 전개를 퇴행의 과정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 그런 견해에 따르면 문명이 태동도 하지 않았던 원시시대야말로 인류의 황금기였다고 본다. 그 뒤로는 결국 타락의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글에서는 루소의 자연주의와 비슷한 장자의 생각을 읽을 수 있다.

 

이것은 또한 장자가 생각하는 이상사회의 모습이기도 하다. 무지무욕(無知無欲)의 소박한 민중들이 살아가는 대동사회야말로 장자가 꿈꾸었던 세계라 할 수 있다. 타자의 간섭이 최소화되고 자연과 함께 자연의 원리에 따라 인간과 뭇생명들이 어울려 살아가는 그림은 성경의 이사야서에 나오는 한 장면을 연상시킨다. '늑대가 새끼양과 함께 살고 표범이 새끼 염소와 함께 지내리라, 송아지가 새끼 사자와 더불어 살쪄 가고 어린아이가 그들을 몰고 다니리라. 암소와 곰이 나란히 풀을 뜯고 그 새끼들이 함께 지내리라. 사자가 소처럼 여물을 먹고 젖먹이가 독사 굴 위에서 장난하며 젖 떨어진 아이가 살무사 굴에 손을 디밀리라.'

 

장자는 인간의 얕은 지혜와 꾀를 특히 경멸한다. 똑똑하고 재주 있다는 것이 결국은 자신을 옭아매는족쇄가 되리라는 것을 장자는 꿰뚫어본다. 또 그런 인간들이 창궐하는 세상은 늘 분란과 다툼이 있기 마련이다. 서로가 서로를 잡아먹으려는 지옥이 될 거라고 장자는 예언했다. 장자는 인간 내면의 선한 본성을 믿는다. 결국 참본성으로의 회귀를 통해서만이 행복한 세상은 회복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인류의 역사 전개나 한 인간의 성장 과정이나 비슷한데가 있다. 동심이라고 할까, 청정심이라고 할까, 아니면 신성(神性)으로부르거나 불성(佛性)으로 불러도 좋으리라. 인류 구원의 핵심은 거기에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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