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본느낌

물리학의 최전선

샌. 2012. 1. 16. 08:26

오랜만에 물리학 책을 읽었다. 아난타스와미(A. Ananthaswamy)가 쓴 <물리학의 최전선, The Edge of Physics>이다. 그래도 전공이랍시고 물리 용어를 접하니 반가우면서 마치 고향을 찾은 듯 포근함이 느껴진다.

이 책은 지은이가 세계 곳곳의 실험물리학의 최전선을 찾아가서 현장을 직접 보고 과학자들을 인터뷰해서 썼다. 세계에서 가장 춥고, 깊고, 높은 곳에서 우주의 비밀을 밝히기 위해 목숨을 걸고 실험하는 과학자들의 이야기다. 남극 대륙의 반물질 탐사,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의 힉스 입자를 찾는 대형강입자충돌기(LHC, Large Hardron Collider), 시베리아 바이칼 호의 뉴트리노 검출 장치, 수단 광산의 극저온 암흑 물질 탐사, 우주 배경 복사 탐사 위성, 그리고 칠레, 하와이, 남아프리카 등의 초대형 망원경 프로젝트가 소개되고 있다. 현대 물리학자들이 무엇을 탐구하는지 이 책을 읽으면 대략 파악할 수 있다.

첨단 과학의 시대를 살고 있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은미미하다. 우주는 여전히 신비하고, 비밀의 방을 여는 열쇠는 아직 없다. 얼마 전에 70세를 맞은 호킹 박사의 발언이 보도를 통해 알려져 관심을 끌었다. 박사는 현재까지 우주물리학에서 최고 업적은 미항공우주국(NASA)이 코비(COBE) 탐사선으로 우주 배경 복사의 온도 변화 관측에 성공한 거라고 말했다. 책에는 이에 대한 설명이 나온다. 코비가 그린 지도에 의해서 우리는 우주가 빅뱅 이후 어떻게 팽창해 왔는지 추론할 수 있다. 이제 코비보다 정밀한 플랑크 위성이 궤도로 올라가 더 정확한 정보를 전해 줄 것이다. 이로써 암흑 에너지의 성질이나 변화에 대해 진일보한 지식을 갖게 되고 우주를 이해하는 데 한발 더 나아가게 된다.

이 인터뷰에서 호킹 박사는 무엇을 가장 많이 생각하면서 지내느냐는 질문에 반 농으로 이렇게 답했다. "여자다. 그들은 완벽한 미스터리다[Women. They are a complete mystery.]" 우주의 신비에 가장 접근해 있는 분이 우주보다 더 미스터리한 것이 여자라고 말했다. 재미있다. 그리고 박사는 앞으로 천 년 안에 인류가 멸망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래서 인류 생존을 위한 우주 식민지 건설을 언급했다. SF 영화에서나 보던 게 정말 현실이 될지도 모를 일이다. 눈을 뜨게 되었지만 스스로 파멸할 수밖에 없다면 과학이 인간에게 가지는 의미는 무엇인가? 밖이 아니라 이젠 우리 자신에게 눈을 돌려야 할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 인간의 능력과 지식에 감탄하면서 동시에 두렵고 불안한 마음으로 이 책을 읽었다.

별을 본 지가 언제였던가. 우주는 어떻게 생겨났고, 나는 왜 여기에 있지? 인간의 원초적 호기심이 우리를 여기까지 이끌었다. 물리학자들은 세계의 극지에서 온갖 고생을 마다하고 무언가를 찾아내고 밝히려고 한다. 인류는 미래를 스스로 만들어나가는 걸까, 아니면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조종되는 걸까? 알면 알수록 모르는 게 더 많다. 책 부록에 나와 있는 현재의 표준 우주론을 소개한다. 아무리 첨단과학의 시대라지만우리가 아는 것은 결국 4%밖에 되지 않는다.

'빅뱅 당시 우주는 굉장히 뜨겁고 밀도가 높은 시공간의 작은 점이었다. 이후 우주는 팽창과 냉각을 시작했다. 우주의 탄생부터 플랑크 시기라고 부르는 (10의 -43승)초까지 자연에 존재하는 네 개의 기본 힘들은 하나로 통일되어 있었다. 이 시기가 끝나면서 중력과 다른 세 힘 사이의 대칭이 깨졌다. 이때부터 다음 단계인 대통일 시기가 시작된다. 이 시기는 빅뱅 이후 (10의 -36승)초까지 지속되었으며 이후 강한 핵력이 전자기-약력에서 분리되었다. 이 전이로 인해 수초 분의 1밖에 지속되지 않았지만 그동안 우주가 수십, 수백, 수천 배, 익스포넨셜 함수의 형태로 팽창하는 짧지만 역동적인 과정인 인플레이션이 촉발되었다.

인플레이션이 끝난 뒤 우주는 재가열되어 쿼크와 전자 같은 기본 입자와 빛 그리고 암흑 물질의 입자들을 생성했다. 이 때, 인플레이션은 아기 우주의 양자 요동을 잡아 늘여 물질과 에너지 밀도에 작은 편차가 생기도록 하는데, 이들은 결국 우주의 거대 구조를 이루는 씨앗이 된다. 이런 편차를 제외하면 균등한 상태인 우주는 인플레이션 이전의 좀 더 온화한 팽창률로 돌아간다.

빅뱅 이후 약 (10의 -12승)초 뒤인 전자기-약력 시기의 끝에서는 전자기력과 핵력마저 분리된다. 우주는 이제 네 개의 서로 다른 힘들을 갖게 되었다. 또한 잘 알려져 있지 않은 과정인 바리온 제네시스에서는 물질이 반물질보다 더 많이 생성돼 양성자와 중성자가 만들어진다. 빅뱅 이후 약 3분이 지났을 무렵 우주는 수소와 헬륨 그리고 다른 가벼운 원소들의 핵을 생성할 수 있을 만큼 냉각된다. 하지만 우주는 여전히 복사와 전자 그리고 가벼운 핵들의 플라즈마 상태를 유지하고 있을 만큼 뜨거운 상태다.

그리고 빅뱅 이후 약 37만 년이 지났을 때, 즉 온도가 엄청나게 떨어졌던 이때 전자는 핵과 결합해 전기적으로 중성인 수소와 헬륨 원자를 형성한다. 이 시기를 재결합기라고 부른다. 이때 우주 배경 복사의 광자들이 우주로 퍼져나간다. 수억 년 뒤, 우주 최초의 별들과 은하들이 생기기 시작한다. 우주는 계속 팽창하지만 팽창률은 이제 중력의 인력 때문에 완화된다. 그리고 빅뱅 이후 수십 억 년이 흐른 뒤, 팽창하고 있는 시공간의 진공에 축적된 에너지 - 현재 암흑 에너지라고 알려져 있는 이 에너지는 중력을 밀어내기 시작할 정도로 강해진다. 이제 우주의 팽창 속도는 느려지는 것이 아니라 가속되기 시작한다.

우주론자들은 암흑 에너지나 암흑 물질의 정확한 특성을 알지 못한다. 하지만 이들은 우주 배경 복사 측정과 은하의 거대 구조뿐 아니라 먼 곳의 초신성과 근처에 있는 초신성을 분석함으로써 이 모델에서 몇몇 변수들을 구했다. 이 실험들에 따르면 우주는 암흑 에너지(약 73%)와 암흑 물질(약 23%), 그리고 일반 물질(4%)로 구성되어 있다. 우주를 평평하게 하는 데 필요한 임계 밀도와 실제 우주의 밀도의 비를 나타내는 변수인 오메가는 약 1이다. 현재까지 알려진 모든 증거에 의하면 우리는 평평한 우주에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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