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나침반

TAO[78]

샌. 2007. 3. 21. 12:45

부드럽고 약한 것이 강한 것을 이긴답니다.

이 세상에

물보다

부드럽고 약한 것은 없지요.

하지만

물은

단단하고 강한

바위를, 암석을

깨뜨리고 부술 수 있답니다.

그래요.

약함이 강함을 이기고

부드러움이 단단함을 이기는 법이지요.

이를

모르는 사람, 아무도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실천하는 사람은 찾을 수 없습니다.

부드러운 힘은

천천히 멀리멀리 간답니다.

강물이

낮은 곳으로 천천히 흐르며

이 세상 모든 구정물을 받아들이듯이,

부드러운 힘을 가지고

이 세상 모든 어려움을 받아들이는

사람이 있다면

그가 바로

세상의 리더지요.

하지만

부드럽고 연약한 사람이

세상의 리더라고 주장한다면

누가 믿어 줄까요?

가끔은 바른 말이 그르게 들리기도 한답니다.

 

天下莫柔弱於水, 而功堅强者, 莫之能勝, 以其無以易之, 弱之勝强, 柔之勝剛, 天下莫不知, 莫能行.

是以聖人云, 受國之垢, 是謂社稷主, 受國不祥, 是謂天下王, 正言若反.

 

진리는 역설적이다[正言若反]. 도덕경에는 이런 역설의 말들로 가득하다. '부드럽고 약한 것이 강한 것을 이긴다'는 말도 받아들이기 힘들다. 세상은 똑똑하고 강한 사람이 되라고 한다. 부드럽고 약한 사람이 되라고는 결코 가르치지 않는다. 그것은 부드럽고 약한 것이 강한 것을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세상이라는 무대에서는 늘 강한 것이 옳은 것을 이기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똑똑하고 강해지려고 하는 사람들만 모인 세상은 무척 피곤할 것 같다. 모두가 위로 올라가려고만 한다면 그런 세상은 살벌한 전쟁터와 마찬가지다. 그래서 뭔가 이루어지는 것 같지만 그런 성취는 내적인 행복과 연결되지 못한다. 강함 대신에 부드러움을 역설하는 노자의 말씀은 자비와 사랑, 겸손, 희생, 남에 대한 예의와 배려의 가치를 강조하는 것이다.

 

지난 봄에 텃밭을 가꾸며 감자싹이 흙덩이를 밀어올리는 것을 보고 감동한 적이 있었다. 손 대면 톡 하고 부러질 것 같은 연약한 새싹이 자기 몸무게의 수백, 수천 배나 되는 흙덩이를 들어올리는 것이다. 이렇듯 생명의 힘은 강하다. 그리고 생명의 속성이 바로 부드러움이다. 우리를 짓누르는 정체 모를 억압의 무게가 아무리 무겁더라도 그것이 언제까지나 생명의 기운을 막지는 못한다. 그런 믿음이 있으므로 우리는 어둠 가운데서도 빛의 세상에 대한 희망을 가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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