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살이의꿈

소식(小食)의 결심

샌. 2007. 1. 25. 09:30

새해가 되었다고 해서 새로운 목표를 세우거나 특별한 결심을 하지는 않는다. 그런데 올해는 우연히 하나의 결심을 하게 되었다.연초의 어느 날이었는데 TV에서 반식(半食)을 통한 다이어트 강의를 들은 것이 계기였다. 내 자신이 다이어트가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그 강의를 통해 내 식사 습관을 고쳐야 되겠다고 느낀 것이다.

나는 다른 사람들로부터 삼복(三福)을 타고났다는 말을자주 듣는다. 예부터 쾌식(快食), 쾌변(快便), 쾌면(快眠)을 삼쾌(三快) 또는 삼복이라고 불렀다. 쉬운 말로 잘 먹고, 잘 싸고, 잘 자는 것이다. 여기에 대해서는나는 타고난 행운아이다.아내는 변비와 불면증으로 심하게 고생하는데 옆에서 지켜보기에 무척 안스럽지만솔직히 그 심정을 헤아리지는 못한다. 내가 그 고통을 직접 경험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내가 잠자는 시간은 요사이 같이 자유로울 때는 하루 열 시간 가까이 된다. 보통 TV 9시 뉴스가 끝나고 잠자리에 드는데 아침 8시가 넘어야 일어난다. 나이가 들면 새벽잠이 없다는데 내 경우는 알람을 해놓지 않으면잠을 깨지 못한다. 그렇게 잠을길게 자는데도또 다음날잠 잘 시간이 되어 불만 끄면 이내 잠이 드는 것이다. 아내가 가끔 "당신은 일생의 반을 잠으로 보낸다"며 놀리기도 한다.

먹는 것 또한 어릴 때부터 밥을 참 복스럽게 잘 먹는다는 칭찬을 들으며 자랐다.밥이나 반찬 투정을 해 본 기억이 없고 그것은 지금도 마찬가지다. 밥 하나만 있으면 장물에 비벼서라도맛있게 먹는다. 그런데 단점이 하나 있다. 그것은 쉽게 과식을 해버린다는 것이다. 식사를 맛있게 하는 것은 좋은데 늘 뒤가 문제다.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포식을 하는 경우가 잦다. 직장의 식당에서도 식사량으로 치면 결코 다른 사람에 뒤지지 않는다. 그래서 맛있게 먹고 나서는 나중에는 꼭 후회한다. 특히 만삭이 된 배로 그냥 잠자리에 들었다가 일어난 아침에는 더욱 그렇다.

그런데 잘 먹는다는 것은 요사이 양에서 질로 개념이변했다.잘 먹는다고 할 때 아무 거나 가리지 않고 많이 먹는다는 것이 아니라적당히 알맞게 먹는 것이 바른 의미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는 사실 내 경우는 잘 먹는 것이 아니라 못 먹는다고 해야 맞을 것이다. 고쳐야 될 습관임을 알고는 있었으나 이번 강의를 통해서 소식(小食)의 중요성을 다시 깨달았다. 지구의 한 쪽에서는 음식이 없어 굶어죽는 사람들이 속출하는데다른 쪽에서는 너무 많은 음식이 고민거리인 불공평한 세상이다. 그런 것을 생각하면 우리가 맛있는 음식을 마음껏 먹을 수 있다는 것은 행복이기도 하지만 동시에미안하고 죄스러운 일이다.

강사는 반식(半食)을 강조했지만 나는 '포식하지 않기'[小食]로 내 목표를 정했다. 그러다 보니 식사량은 약 2/3 정도로 자연스럽게 줄어들었다. 지금은 아직 배가 차지 않았다는 정도에서 식사를 끝내고 있다. 한 달 가까이 지났는데 속도 훨씬 편해졌고 몸무게는 1kg 정도 자연스레 감소했다. 소식 이후에 예상 이상으로 몸상태가 좋아서 이젠 이 습관을 지속시키려고 한다. 나보다 더 지독하게 식사량을 줄인아내는 2kg 정도의 감량 효과를 보고 있다. 아내는 목표가 다이어트이다.

그런데 소식의 가장 큰 적은 술과 외식이다. 몇 번 외식을 했었는데 잘 차려진 음식의 유혹을 이기기가 어려웠다. 그리고 음식을 남기는 것에 대한 죄의식도 있어서 어지간히 독한 마음을 먹지 않고서는 실천하기가 힘들다. 소식 습관이 몸에 밸 때까지는 가능하면 술자리와 외식을 줄이는 길밖에 없는 것 같다.

포만의 만족감도 좋지만약간 허기진 상태의 공복감도좋다는 걸 이번에 경험하고 있다. 그것은 포만감에서 맛볼 수 없는, 역설적이지만 모자람에서 오는 충족감이다. 절제의 미학이라고 부를 수도 있겠다. 또한 소식을 통해 음식에 대한 고마움과 맛을 더욱 민감하게 느끼게 된다. 아직 한 달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건방지게 큰소리를 치는 것 같지만 나 자신으로서는 여러 가지로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 그래서 이번의 새해 결심은 앞으로 내 생활 습관으로 영원히 굳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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