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살이의꿈

짐을 정리하다

샌. 2007. 1. 19. 09:26

터에 내려가서 짐을 정리했습니다.

내외가 서로 안과 밖에서 말없이 일을 했지요. 예상 외로 일은 쉽게 끝났습니다. 살림살이가 그렇게 단촐했던 때문이었습니다.

마음이 허전하고 쓸쓸해서 어디 하나에 눈을 두지 못했습니다. 눈길 닿는 모든 것에 내 꿈과 땀과 눈물이 들어있으니까요. 그것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 속에서 옛 기억들이 마구 쏟아져나올 것 같았습니다. 지금 돌이키면 많은 기억들 중에서도 힘들고 어려운 것들만 떠오를 게 틀림없습니다. 이웃 아줌마가 찾아와서 "허전하겠네요"라며 말을 건넵니다.

맑은 날이 있으면 흐리고 비 오는 날도 있고, 길을 걷다보면 오르막과 내리막이 반복되듯 우리 인생길에도 영고성쇄의 부침이 반복됩니다. 다만 사람마다 주기와 진폭이 다를 뿐이지요. 그러니 일이 뜻대로 잘 풀린다고 지나치게 좋아할 필요도 없고, 일이 꼬인다고 지나치게 상심할 필요도 없다는 것이 나이가 들수록 배우는 지혜입니다. 누구의 잘잘못을 따지는 것은 별 의미가 없습니다. 자꾸만 밖으로 향하려는 시선을 안으로 돌려야 한다는 것은 압니다.

어느 하나의 끝은 다른 하나의 시작입니다.

오늘 이 쓸쓸한 한 매듭이 내일의 새로운 한 걸음으로 이어질 것입니다. 세월이 흐르고 먼 훗날에는 그래도 그때가 아름다웠다고 할 것입니다. 반짝이는 보석은 늘 한참 지나가서 뒤돌아볼 때에야 눈에 띄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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